최근 만난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목표에 맞추려면 감산 밖에는 답이 없다.”
정부가 최근 2030 ‘국가 온실가스(탄소)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발표하자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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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국경조정세 등 녹색 규제는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환경적 정책이라기보다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육성하는 장치로 이를 활용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탄소중립 깃발을 가장 먼저 들고 나선 곳이 그간 탄소경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또 가장 오래 누려온 유럽연합(EU)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영국이 증기기관, 독일이 내연기관을 개발하며 산업혁명이 촉발했고 석탄과 석유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EU가 왜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는지 그 배경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심각한 기후변화가 첫 번째 이유이지만, 지금의 선택이 유럽 산업계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유럽의 국가들이다. EU는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을 해외시장에 이식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28.4%로 높을 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가 큰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중공업 비중 역시 크다. 재생에너지 사용 여건도 유럽과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조건과 환경에 맞는 전략과 속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이 다가올 내일의 걱정이라면 중대재해처벌법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내년 1월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계는 “기승전‘처벌’법”이라며 법률상 처벌 대상이 모호해 모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잠재적 범죄자 신분에 놓이게 된다고 우려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요즘 특히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해야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글로벌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전자·정보기술(IT) 및 자동차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우리는 왜 미국, EU와 같은 정부가 없는가. 21세기에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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