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논쟁은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지난달 31일에 발표한 신작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에서 시작됐다. 루이스는 이 책에서 초단타 트레이더들과 월가 증권사, 거래소가 23조달러(약 2경4290조원) 규모의 미국 증권시장을 조작하고 있다고 썼다.
루이스는 최근 미국 CBS방송의 유명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초단타 거래에 사용되는 복잡한 컴퓨터 알고리즘에 대해 언급하면서 찰스슈왑과 뱅가드 등 주요 월가 회사들을 압박했다. 시장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초단타 트레이더들이 비난의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월가(街)에서는 관련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초단타 매매는 암 덩어리..자본시장을 위협”
미국 대형 증권사 찰스슈왑의 찰스 슈왑 회장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초단타 거래는 해결돼야 할 필요가 있는, 커지고 있는 암 덩어리”라고 밝혔다.
슈왑측은 “초단타 매매가 미친듯이 성행했다”며 “개별 투자자들에게는 차별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원자재와 주식 거래에서는 잘못된 인센티브가 발생하는 등 자본시장 시스템이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본시장의 ’활기차고 안정적이며 공정한‘ 시스템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초단타 트레이더들은 초단타 거래에서 수십억달러를 챙기는 등 시스템을 도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 공정성에 대한 투자자 신뢰 기반이 약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슈왑 회장은 초단타 매매를 ’속임수‘라고 비난했다. 다른 시장 참가자들이 사용할 수 없는 시장지표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주문에 앞서 새치기하면서 1000분의 1초의 이점을 살려 이득을 취하는 기술적 발전에만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초단타 트레이더들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다수의 주문 형태를 개발하고 우선적인 데이터 제공 등의 관행을 통해 그것을 지원하는 거래 형태가 조직화되고 제도화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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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의 반대편에는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회사 뱅가드그룹의 창업자 잭 보글이 있다. 보글은 초단타 트레이더들이 시장에 유해하다는 루이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보글은 CBS ’머니워치(MoneyWatch)‘에 출연해 “초단타 매매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플래시 보이스’를 읽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루이스의 책 내용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평가했다.
보글은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월스트리트와 대비해 실물경제를 가리키는 용어)가 많은 수혜를 입었다”며 초단타 매매에 대한 혹평들에 반박했다. 보글은 선행매매(front-running·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통해 미리 주식을 사고 팔아 차액을 취득하는 행위) 거래는 우려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루이스가 주장한 것만큼 나쁜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뱅가드의 주식투자그룹 글로벌 대표 조 브레넌도 보글을 거들고 나섰다. 브레넌 대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규제당국들은 초단타 매매 회사들을 차단하지 않은 채로 거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초단타 거래업체들이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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