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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았는데 돈도 사람도 그대로…'2분 13초'의 비밀[세금,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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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기자I 2026.10.03 0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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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020년 6월 6일, 김 씨는 경기도 구리시 아파트를 예전 직장동료 이 씨에게 팔았다.

그러나 김 씨는 이사하지 않았다. 2026년 현재도 김 씨는 계속 이 아파트에 산다.

거래 형태가 특이했다. 김 씨는 이 씨한테 이 아파트를 1억 7000만원에 팔고, 다시 이 씨와 전세 계약을 맺는다. 2년간 살겠다고 말이다. 흔히 말하는 갭투자 형태였다. 전세보증금 약 1억 4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3000만원은 김 씨가 이 씨한테 빌려준다. 이 씨는 자기돈 한 푼 없이 구리시 아파트를 소유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김 씨는 직접적으로 자기한테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계속 살 거면서 왜 굳이 아파트를 팔아야 했나. 2분 13초의 행적이 김 씨의 비밀을 말해주고 있다.

집 팔았는데 돈도 사람도 그대로…'2분 13초'의 비밀[세금, 그 후]
2분 13초, 3000만원이 한 바퀴 돌았다

김 씨는 구리 아파트뿐 아니라 집이 한 채 더 있었다. 서울 서초구에 다세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구리 아파트를 팔기 두 달 전인 4월 18일, 이미 서초구 다세대 주택을 팔기로 계약을 한 상태였다.

김 씨는 9월에 서초구 다세대 주택에 대한 잔금을 받기 전인 6월 구리 아파트를 이 씨에게 넘긴다. 이렇게 되면 서초구 다세대 주택을 파는 김 씨는 1주택자가 된 상태. 김 씨는 11월 ‘1세대 1주택 고가주택 과세특례’를 적용해 세금을 납부했다.

1세대 1주택자는 2년 이상 보유하는 등 요건을 갖추면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다만 2020년 당시에는 매도가격이 9억원을 넘는 고가주택이면 9억원 초과분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내야 했다. (2021년 12월 8일 양도분부터는 12억원). 그래도 1주택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최대 80%까지 받을 수 있어 세금 부담이 크지 않다.

서초구 집을 팔 때 구리 아파트가 그대로 김 씨 소유였다면 김 씨는 1주택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양도차익 전체에 대해 세금을 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 씨는 전 직장동료 이 씨에게 구리 아파트를 팔게 된다. 문제는 이 거래가 진실되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김 씨는 2020년 6월 6일, 구리 아파트를 1억 7000만원에 이 씨에게 판다. 전세보증금 1억 4000만원을 제외하고, 김 씨는 이 씨한테서 300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은행 거래 내역이 수상했다.

오후 2시 23분 15초.

김 씨→이 씨, 3000만원 입금.

오후 2시 25분 28초.

이 씨→김 씨, 3000만원 입금

2분 13초였다. 김 씨 통장에서 나간 3000만원이 이 씨 통장을 거쳐 그대로 돌아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김 씨는 이 씨한테 3000만원을 빌려줬고, 이 돈을 받은 이 씨는 김 씨에게 3000만원을 다시 돌려주며 아파트 잔금을 치른다. 그리고 3일 뒤인 6월 9일, 소유권 변경에 따라 이 씨가 내야 할 취득세와 법무사 비용은 김 씨가 납부한다.

1년 뒤, 이번에는 돈이 거꾸로 돌아왔다.

2021년 7월 21일, 무주택자가 된 김 씨가 이 씨에게 구리 아파트를 사 온다. 매매가격은 1년 전과 같은 1억 7000만원. 당시엔 집값 폭등기라 아파트 가격이 올랐는데도 말이다.

오후 6시 43분 3초.

이 씨→김 씨, 3000만원 입금

오후 8시 45분 33초.

김 씨→이 씨, 3000만원 입금

이번에는 2시간 만에 이 씨의 3000만원이 한 바퀴 돌아 이 씨 통장에 꽂혔다. 이 씨가 빌린 3000만원을 김 씨한테 주고, 김 씨는 이 씨한테 3000만원을 주며 아파트 잔금을 치른다.

5년 뒤 들이닥친 세무조사

2025년 11월, 중부지방국세청이 김 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2분 13초와 2시간 만에 이뤄진 순환 계좌이체.

김 씨가 대신 낸 취득세. 시세가 올랐음에도 1년 뒤 같은 금액으로 되산 아파트. 한 번도 구리 아파트를 떠나지 않았던 김 씨. 모든 게 수상하게 보였다.

김 씨의 변명은 이랬다.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서 서초구 주택과 구리 아파트를 팔기로 결심하고 그 전부터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고 말이다. 이 씨가 내야 할 취득세를 대신 내준 것은 계약상 그럴 수도 있는 일이라고 했다. 부동산 등기권리증도 이 씨가 갖고 있었고, 재산세도 이 씨가 냈다고 했다.

김 씨는 이 씨랑은 전 직장에서 잠깐 봤던 사이라서 친하지도 않다고 했다. 이 씨가 구리 아파트를 사게 되면 이 씨는 다주택자가 되는데 왜 굳이 구리 아파트를 사주겠냐고도 했다.

국세청은 김 씨가 이 씨한테 구리 아파트를 살 자금을 빌려줬다면서도 왜 흔한 차용증 하나 없냐고 지적했다. 전세보증금 계약서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김 씨는 임대차계약서를 별도 작성하는 게 의무도 아닌데다 금융거래 내역이 있는데 뭐하러 차용증을 쓰냐고 했다.

국세청은 김 씨를 믿지 않았다. 김 씨가 가짜 부동산 거래를 했다고 판단해 ‘부당과소신고 가산세 40%’를 적용해 올해 3월 양도세를 다시 부과했다.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얘기다. 의도적으로 가짜 부동산 거래를 했다고 본 것이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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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것은 ‘서류’뿐…집도, 돈도 그대로

김 씨는 억울하다며 5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냈다.

김 씨는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였다고 주장했다. 설령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짜 거래를 했다고 해도, 이중장부를 쓴 것도 아니고 서류를 파기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은닉행위도 없었으니 가산세를 내더라도 10%만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순 실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심판원은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이 씨가 김 씨 아파트를 매입했을 당시, 잔금 3000만원이 2분 13초 만에 되돌아왔으니 자금 이동이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1년 새 시세가 올랐음에도 이 씨가 1년 전 매입했던 금액 그대로 김 씨에게 팔았다는 것도 통상적인 거래와 다르다고 판단했다. 이 씨 입장에서 아파트를 시세대로 팔았다면, 매입한 지 1년도 안 돼 판 것이기 때문에 양도세를 과도하게 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심판원은 대법원 판례(2013두7667)을 인용해 명의를 위장해 소득을 얻더라도 조세포탈과 관련된 행위가 없을 때는 명의위장만으로 ‘사기’행위라고 보지 않지만 김 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심판원은 “구리 아파트를 매도했다가 1년 만에 재취득했는데 이는 1세대 1고가 주택 과세특례를 적용받기 위한 조세 회피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점, 실제 명의를 이 씨에게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후 잔금을 순환 이체하는 방법으로 대금 지급의 외형을 만들었고, 이러한 거래로 김 씨가 취한 이익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 씨와 이 씨가 쓴 계약서, 소유권이전등기, 이 씨가 냈다는 재산세 영수증 등은 모두 진짜였다. 그러나 국세청과 심판원이 들여다본 것은 실질적인 돈의 흐름이었다.

아파트 잔금 3000만원은 2분 13초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돈도 사람도 움직이지 않았다. 바뀐 것은 등기부등본에 적힌 집주인의 이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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