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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필수임을 경고한다. 그러나 전 세계 화석연료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의 화석연료 산업 재투자로 인해 감축 목표 달성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화석연료와의 이별을 주저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지만 해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무엇보다 전 세계 에너지의 80% 이상을 화석연료가 차지하고 있어 이를 급격히 줄일 경우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산업은 수많은 일자리와 산업 기반에 연결돼 있어 변화에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아직 기술적·경제적 한계를 안고 있다. 간헐성 문제, 에너지 저장 기술의 미성숙, 높은 전환 비용 등은 특히 개발도상국에 큰 부담이 된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들이 화석연료와의 결별을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이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들이 고뇌 끝에 이별을 선택했 듯이 우리도 화석연료와의 결별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행히도 희망적인 신호들이 보인다.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전기차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 중이다. 많은 기업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을 선언하고 있으며 금융권에서도 탈탄소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전히 석탄과 천연가스가 전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기차 및 수소차 인프라도 부족하다. 산업 구조도 탄소 배출이 많은 철강·석유화학 중심이어서 급격한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한국의 특수한 산업 구조와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없다면 국제사회에서의 경제적 경쟁력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에서도 뒤처지게 될 것이다.
화석연료와의 결별을 위해 이제는 단순한 ‘전환’이 아닌 근본적인 ‘변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에너지 저장 기술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발전량이 불규칙한 에너지원의 안정적 활용을 위해 배터리 저장 기술과 수소 에너지 활용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탄소세 도입, 재생에너지 인센티브 확대 등 강력한 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은 에너지 절약, 친환경 소비, 전기차 이용 등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통해 변환에 동참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점진적인 전환을 넘어서 사회 전반의 변환을 이끄는 힘이 되며 정부의 과감한 정책, 기업의 혁신,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화석연료와의 이별은 분명 아프고 쉽지 않지만 이는 생존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기를 망설이지만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화석연료와의 결별을 실천하는 순간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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