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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공계 인재 양성 , 국적ㆍ 나이ㆍ성별 벽 뛰어넘어야

논설 위원I 2024.09.30 05:00:00
정부가 세밀한 이공계 인재양성 계획을 내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7일 서울대에서 열린 제3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해외 우수인재 1000명 확보를 목표로 ‘K테크 패스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외국 인재에게 특별비자를 발급하고 자녀 교육과 주거 요건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동반입국 허용 범위를 가사도우미까지 넓히고, 전세대출 한도를 현행 2억원에서 내국인 수준인 5억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범정부 전략회의는 지난해 2월 출범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중국의 거센 추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올해는 의대 증원이 이공계 인재 유출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카이스트의 경우 2025학년도 학부, 대학원 수시 전형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10% 안팎 늘었다. 수도권 주요 대학은 첨단학과 정원을 2년 연속 늘렸다.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달 초순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중국은 이제 폄하할 대상이 아니고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가전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심지어 반도체 산업에서 목격하는 중국의 굴기는 두려움을 자아낸다. 한국은 일본을 제쳤고,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터널에 갇혔다. 이런 일은 아차, 방심하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이 내년에 배출할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박사 인력은 8만 명으로 추산된다. 물론 세계 최대다. 중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천인계획 또는 만인계획을 통해 파격적인 연봉으로 외국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이제 겨우 해외 인재 유치에 발을 디딘 셈이다. 해마다 수만 명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아 고국을 떠나는 게 우리 현실이다. 과학자, 엔지니어를 귀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절실하다.

작년 9월 대한상의는 ‘산업대전환 제언’을 정부에 전달했다. 보고서는 해외 우수인재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한편으로 국내 여성과 은퇴 인력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기술은 곧 국력이다.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정부가 국적, 성별, 나이를 뛰어넘어 다각적인 인재 확보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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