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이 큰 종목들이 해외 상장에 집중하면, 국내 자본시장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적정한 공모가를 산정하고 장기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IPO 시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여행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와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홀딩스, 그리고 축전지 제조사인 SK온 등이다. 모두 예상 시가총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이른바 ‘대어’들이다. 이밖에 두나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도 나스닥 상장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후 화두에 올랐던 미국 상장붐이 최근 네이버(NAVER(035420))의 자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 흥행으로 다시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한국 증시와 비교해 높은 유동성과 최근 지수 급등으로 자금조달이 훨씬 수월할 것이란 판단이 배경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대어들이 나스닥 시장에 눈길을 돌린 것은 ‘큰 물’로 가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지난해 파두(440110) 뻥튀기 상장 논란 이후 국내 IPO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소가 상장 문턱을 높인 탓에 IPO 심사가 지연되며 제때 자금조달을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이유 중 하나다. 건전성을 우선시하는 국내와 비교해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하는 것도 해외 증시로 향하는 주요한 이유로 손꼽힌다.
다만 미국 증시의 경우 상장을 유지하는 조건이 국내보다 까다로운데다 회계·법률·공시 등에 매년 수십에서 수백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이전까지 10개의 한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으나 살아남은 것은 그라비티 뿐이다.
전 세계가 유니콘(기업가치 10조 달러 이상 신생기업) 기업 육성에 사활에 나선 가운데 K-유니콘의 연이은 해외 기업 상장이 증시에는 악재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IPO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유니콘 기업의 자금 조달 등은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이 잘 갖춰져 있다”며 “국내 모험자본 역량이 강화되고 있지만 자금조달과 성장지원을 통해 고성장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