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경선이 영 볼썽사납게 전개되고 있다. 여당은 4·10 총선에서 참패했다. 거야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청문회 일정까지 잡았다. 이 마당에 집권여당은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당내에선 ‘자폭, 자해 전당대회’(추경호 원내대표)라는 우려의 소리가 나왔다. 7·23 전당대회까지 일주일 남짓 남았다. 유권자들로부터 버림을 받지 않으려면 국민의힘은 남은 기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달 5일 한 전 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등 4인은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을 가졌다. 그러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경선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경선 과정을 지켜본 국민의 머릿속엔 그저 문자 ‘읽씹’(읽었지만 답하지 않았다는 은어), 노상방뇨 같은 천박하고 혼탁한 단어만 남았다. 원 전 장관과 한 전 위원장은 서로를 강남좌파, 운동권 출신이라며 핏대를 세웠다.
급기야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1일 ‘소모적인 진실 공방’을 지적한 데 이어 12일 한·원 두 후보에게 ‘주의 및 시정명령’을 담은 제재 공문을 발송했다. 국민이 느끼는 심정은 추경호 원내대표가 잘 대변했다. 그는 12일 “국민에게 제일 걱정을 많이 끼치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는 말이 들린다”고 말했다. 딱 맞는 말이다. 윤희숙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팝콘을 들고 지켜보며 여당이 어디까지 망가져 자신들 운동장을 깔아줄지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보수당을 꺾고 압승했다. 민생이 승패를 갈랐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국민의힘 경선엔 민생도 없고 정책도 없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말까지 나왔다. 의석 108석은 유권자가 공감하는 정책을 바탕으로 국정을 리드하기에 부족한 숫자가 아니다. 민주당은 민생과 무관한 대통령 탄핵, 검사 탄핵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때야말로 집권여당이 야당과 차별화를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국민의힘은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을 포기한 정당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