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저주토끼’의 정보라(47) 작가가 작정하고 쓴 ‘귀신 이야기’다. 신작 ‘한밤의 시간표’(퍼플레인)다. ‘저주토끼’(아작) 이후 처음으로 펴낸 신작 소설집이다.
괴담이 펼쳐지지만 단순히 공포와 두려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왜 안 만나줘’를 주장하는 유부남 이야기엔 교제폭력, 스토킹을 말하고, 성소수자인 야간경비원 ‘찬’을 통해 혐오와 차별을 꺼내든다. 비인간에 대한 연민과 돌봄, 연구소로 상징되는 이성과 합리에 기반한 질서들에 의문을 던진다.
작품 해설을 쓴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위트와 풍자, 비판과 연민이 뒤섞이는 복합적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정보라의 소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섬세한 공포이자 대범한 풍자”라며 “공포 너머의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이것이 단지 무서운 경험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적었다.
소설가 강화길은 “정보라의 문장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삶 자체가 한편의 괴담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며 “한없이 이어지는 스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했다. 소설가 김보영은 “정보라 작가의 괴담은 기이하며 신령하다. 죄 없이 핍박받는 민초를 위한 씻김굿”, “현실에서 위안받지 못한 이들에게, 실체 바깥에서 날갯짓하며 내려와 서린 한을 풀어주고 간다”며 정 작가의 책을 추천했다.
정 작가는 글이 나오지 않을 때 최후의 방책으로 “귀신 얘기를 쓴다”고 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어디서 귀신이 나오면 제일 무서울지 궁리하다 보면 어떻게든 글이 풀린다. 쓰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독자들이 괴담 프로그램을 보듯 마음 편하게 즐겨주면 좋겠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