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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고려 말기 1348년 세워진 국보 석탑. 높이 13.5m로 몽골·티베트 영향을 받은 1∼3층 위에 전통 불교양식을 올린 4~10층이란 흥미로운 구성. 돌만 쌓은 게 아니라 탑 전체에 섬세하게 새겨넣은 불보살. 여기에 탑은 살려냈으나 모태인 경천사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비운의 스토리까지.
‘경천사 10층석탑’을 설명할 얘깃거리는 차고 넘친다. 그래선가. 작가 최원선이 도자에 돌 쌓듯 그려넣은 탑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다섯 개 도자판에 10층석탑 하나씩, 총 25개의 판에 색·결이 다른 탑 세 개를 세우고 ‘경천사지10층석탑 Ⅰ·Ⅱ·Ⅲ’(2021)이라 이름을 달았다.
과정이 단순치 않다. 물감을 바른 도판을 뾰족한 도구로 긁어 형체를 담는데, 수백 수만번 그어야 원하는 형태와 질감을 얻는단다. 그렇게 공들여 완성한 그림은 유약을 뒤집은 쓴 채 1240℃ 가마 속 열기를 견뎌내야 한다.
굳이 도자에 새기듯 그려넣는 데는 이유가 있단다. “도자회화가 다른 회화작품에 비해 보존성이 좋다는 이유”다. 덕분에 오래도록 형태와 색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건데. 맞다. ‘아무것’이나 도자회화가 될 순 없다.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리수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소중히 할 것’(Cherish)에서 볼 수 있다. 백자도판 1240℃ 산화소성. 120×150㎝. 작가 소장. 아리수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