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추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5년 362헥타르(㏊)이던 국내 아열대작물 재배 면적은 2017년 428.6㏊로 2년 새 18% 늘었다. 2020년이면 1000㏊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한반도 기후지형 자체가 변하고 있어 농가로서도 변신이 불가피한 셈이다. 농진청은 우리나라(남한) 경지면적 중 아열대 기후지역이 2020년 10.1%로 늘어나고 2060년이면 26.6%, 2080년엔 절반이 넘는 62.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열대 기후는 8개월 이상 평균기온이 섭씨 영상 10도(℃)를 웃돌고 가장 추운 달도 영하 3도 이상이다. 아직 한반도는 겨울 맹추위가 있지만 평균 기온 상승과 함께 이 ‘핸디캡’ 역시 사라질 전망이다.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1911년에서 2010년까지 1.8℃ 상승했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1973년 2017년 사이에 0.67℃ 상승했고 일부 지역(제주와 수도권, 강원권)은 1℃ 전후까지 올랐다.
기상청이 2013년 발간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보면 온난화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90년 후인 2100년엔 3.0℃까지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농진청은 평균기온이 1℃ 오르면 작물의 재배 적지가 80㎞ 북상한다고 보고 있다. 1980년대 제주가 주산지이던 작물을 2010년 이후 전남 등 내륙에서 생산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제주와 전남은 직선거리로 80~100㎞ 떨어져 있다.
자연스레 기존 농작물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2060년이면 사과 재배가 강원도 일부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까지 북한과 자유롭게 교역하지 못하는 한 사과가 희귀 과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대비에 나섰다. 농진청은 2008년 제주에 국립원예특작과학원(원예원) 소속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국내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을 발굴해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서다. 연구센터는 오크라나 삼채 같은 채소 12종, 망고나 패션프루트, 용과, 올리브, 파파야 등 과수 8종 등 20개 아열대 작물이 국내에 적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우리 식탁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반도 내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외래 병해충과 잡초 등 기후 재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기후변화는 미래 우리 농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일찌감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