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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프란치스코 방한, ‘평화와 화해’의 계기로

논설 위원I 2014.08.13 06:00:00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일부터 닷새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교황의 방한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그만큼 미리부터 기대가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대전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순교자 124위 시복식을, 마지막날인 18일에는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각각 집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로 꼽힌다. ‘빈자(貧者)들의 교황’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그는 늘 가난하고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소박하게 살아왔다. 교황의 즉위명도 청빈과 박애의 삶을 살았던 이탈리아의 성자 프란치스코에서 따온 것이다.

교황은 지난해 77세 생일을 맞아 성베드로 성당 부근 노숙자 4명을 초청해 아침 식사를 함께했으며, 해외 방문 때도 소탈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세계 최대 빈민촌 중 하나인 리우데자네이루의 바르깅야 슬럼가를 방문해 미사를 집전하고 주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지난 5월에는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베들레헴으로 향하던 중 일정과는 달리 분리 장벽에 이마를 대고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그는 한국에서도 어려움과 고통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위로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유족과 생존 학생들을 만나 슬픔을 어루만지고,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중증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격려한다는 일정과 북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밝힌다는 계획도 잡혀 있다.

방탄차를 타지 않고 소형차로 이동하는 인간미 넘치는 교황을 보는 것만으로도 종교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물질적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면서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소홀히 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교황의 방한이 사회적 약자들과 상처받는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기본적인 인권마저 탄압받는 독재체제 속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교황의 기도가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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