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읽기 엄두 안 난다면…공연으로 입문 어때요?

장병호 기자I 2026.02.17 06:00:03

작품성 인정 받은 소설 무대로
1인극 매력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방대한 원작 압축 ''안나 카레니나''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올해 명절에는 소설 한 편이라도 읽어볼까.’ 명절 연휴가 찾아오면 한번쯤 하게 되는 생각이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치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평소 책을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았다면, 아무리 여유 시간이 많은 연휴라고 해도 소설 한 편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럴 땐 소설 원작 공연으로 책에 대한 흥미를 다시금 환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때마침 작품성을 인정 받은 소설을 무대 특유의 언어로 재창작한 공연이 연이어 무대에 올라 주목된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다.

장기 기증 둘러싼 24시간, 1인 16역 연기로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프랑스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청년의 장기가 다른 사람의 몸에 기증되기까지의 24시간의 이야기를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독특한 문체로 화제가 됐다. 첫 문장부터 읽는 이를 몰입시킨다.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그 인간의 심장, 태어난 순간부터 활기차게 뛰기 시작해서 그 일을 반기며 지켜보던 다른 심장들도 덩달아 빨리 뛰던 그 순간 이래로 그 심장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것을 튀어 오르고 울렁대고 벅차오르고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거나 돌처럼 짓누르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녹아내리게 만들었는지(사랑),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스무 살 난 육신의 블랙박스, 그것이 무엇을 걸러 내고 기록하고 쟁여 뒀는지, 정확이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 (열린책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7쪽)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의 한 장면. (사진=프로젝트그룹 일다)
연극은 이 독특한 소설을 무대화하면서 ‘1인극’이라는 형식을 택했다. 1명의 배우가 마치 소설을 낭독하듯, 작품 속에 등장하는 16명 이상의 수많은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공연 시간은 100분. 여기에 절제된 조명과 영상이 원작 소설의 독창적인 요소를 무대만의 매력으로 새롭게 느끼게 만든다.

공연 관계자는 “한 배우가 100여 분 동안 모든 인물과 순간을 무대 위에 불러내는 과정은 치밀한 절제와 균형을 요구한다”며 “인물에 대한 깊은 해석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모든 장면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배우의 의 연기를 통해 관객은 무대예술의 한 장르로서 1인극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선 2019년 초연 당시 입소문을 타고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2021년 재연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96.1%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했고, 이후 공연도 80~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스테디셀러 1인극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까지 공연에 참여했던 배우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가 출연하며 다음달 8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톨스토이 고전이 화려한 뮤지컬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포스터.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가 1878년 발표한 작품으로 ‘전쟁과 평화’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귀족 부인 안나 카레니나와 젊은 장교 알렉세이 브론스키, 그리고 안나 카레니나의 남편이자 고위 관료인 알렉세이 카레닌 3명을 중심으로 1870년대 러시아 사교계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는 첫 문장으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그러나 한국어 번역 기준으로 약 1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고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톨스토이의 고향인 러시아에서 제작했다. 2018년 국내에서 초연했고, 2019년 재연에 이어 7년 만의 재공연을 준비 중이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쉬는 시간 20분을 포함해 150분으로 압축해 무대에 선보인다. 오리지널 연출가 알리나 체비크가 이번 한국 공연도 직접 연출하며 원작의 주제를 무대 언어로 선보인다.

체비크 연출은 최근 예스24가 주최한 ‘페이지&스테이지’ 행사에서 방대한 원작을 뮤지컬로 옮기는 과정에서 신경 쓴 부분에 대해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 이야기로만 볼 작품이 아닌, 가족과의 관계 등 사회적인 이슈를 담았던 작품”이라며 “행복을 지키기 위해 사회와 맞선 안나를 비난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질문을 뮤지컬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안나 역 배우 옥주현(왼쪽부터), 김소향, 이지혜 캐릭터 포스터.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소설을 먼저 읽으면 오히려 뮤지컬에서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는 ‘팁’도 전했다. 체비크 연출은 “뮤지컬 시작 장면에서 안나와 브론스키가 긴 눈인사를 나눈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다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라며 “소설을 읽으면 더 재밌을 장면들이 뮤지컬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엔 옥주현, 김소향, 이지혜가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 역에 캐스팅됐다. 알렉세이 브론스키 역은 윤형렬, 문유강, 정승원, 알렉세이 카레닌 역은 이건명, 민영기가 연기한다.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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