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러 왔는데,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 오른 연극 ‘2시 22분-어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이하 ‘2시 22분’). 1막이 진행되는 내내 객석에선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오싹한 음향효과가 반복되는 무대 위에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긴장감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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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공포 연극’이라는 평가를 받는 ‘2시 22분’은 얼마 전 이사를 온 젊은 부부 샘과 제니의 이야기다. 평온했던 이 집에선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매일 새벽 2시 22분이 되면 마치 집에 누군가 있는 듯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어느 날 오랜 친구인 로렌과 그녀의 남자친구 벤을 집으로 초대한 부부는 이들에게 새벽 2시 22분까지 함께 있어줄 것을 제안한다.
출연 배우는 단 4명, 이야기는 평범해 보이는 집 거실을 무대로 소박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극이 전개될수록 팽팽한 긴장감이 관객의 심리를 쥐락펴락한다. 원작은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작품. 이듬해 왓츠온스테이지 어워즈 최우수 신작 연극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했다.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에선 최우수 신작 연극, 여우주연상, 최우수 음향 디자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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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물의 갈등은 2막 강령술 장면에서 절정으로 치닫는다. 특히 이 장면에선 실제 마술을 보는 듯한 무대 변화로 관객의 긴장을 더욱 끌어올린다. 이번 작품에 매지컬 디렉터로 참여한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은 “작품에 등장하는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을 더 효과적이고 마법 같은 순간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반전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반전을 알고 나면 작품을 다시 한 번 더 곱씹어 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엔 깜짝 선물도 있다. 스포일러 유출을 막기 위해 ‘쉿, 말하지 마세요!’(Shhh… Please don‘t TELL!)이라고 적한 핀 버튼을 나눠준다.
아이비·박지연이 제니 역, 최영준·김지철이 샘 역, 방진의·임강희가 로렌 역, 차용학·양승리가 벤 역으로 출연한다. 아이비는 이번이 무대 데뷔 13년 만에 첫 연극 도전이다. 지난 19일 개막 공연에 출연한 아이비는 첫 연극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공연은 오는 9월 2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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