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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美가 더 올렸는데 집값 하락은 韓이 더 빨라[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3.03.16 05:00:00

美 작년 6월 정점 찍고 5% 하락
韓 2021년 10월 정점 후 16% 급락
금융상황지수,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축'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 60% 넘는 데다
고금리에 이자부담 늘고 전세값까지 하락
한은 "집값, 앞으로 10개월은 더 하락할 것"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주요국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실물경제에 서서히 악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집값 타격이 미국 등 주요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1년간 금리를 4.5%포인트 인상한 반면 우리나라는 1년 반동안 3%포인트 올렸지만 집값 하락률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세 배를 넘었다.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 전세 제도의 특수성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 ‘전세’ 특수성에 높은 부동산 자산 비중

오태희 한국은행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이 최근 BOK이슈노트를 통해 분석한 결과 2020년 1월을 100으로 놓고 볼 때 미국 집값은 작년 6월 145.2로 정점을 찍고 6개월째 하락, 작년 12월 138.7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돈을 푼 효과가 집값을 무려 45% 넘게 상승시켰지만 1980년 이후 가장 빠른 금리 인상에도 집값은 고점 대비 4.5% 떨어지는데 그친 것이다. 독일은 작년 6월 130.8로 고점을 찍고 올 1월 123.4로 5.7% 떨어져 집값 하락률이 미국과 유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1년 10월 134.0으로 고점을 찍은 후 올 1월 112.7로 무려 15.9%나 급락했다. 미국, 독일과 비교해 하락률이 세 배 더 컸고 하락 기간도 15개월로 훨씬 더 길게 나타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 등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하면서 금리 인상 파급 효과가 집값에 더 일찍 반영된 영향도 있겠지만 금리 인상폭을 보면 미국이 4.5%포인트, 우리나라가 3.0%포인트로 미국이 짧은 시간안에 금리를 더 많이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집값 하락률이 주요국 대비 과도하게 큰 편이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민감도가 다른 나라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계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은 우리나라가 63.3%(2021년)로 미국(23.9%), 독일(31.6%)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부동산 매입에 대부분 빚을 동반하다보니 가계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206.5%로 미국(101.2%), 독일(101.5%)보다 두 배를 넘어선다. 고금리·고부채 상황에서 주택 경기가 빠르게 고꾸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이자부담 비율은 작년 10월 기준 3.75%로 2008년 10월 4.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물여건 대비 금융상황이 얼마나 제약적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금융상황지수’ 역시 올 1월 마이너스(-) 후반대로 ‘긴축적’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긴축적인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도 둔화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택매매 가격지수는 올 1월 전월비 1.5% 하락, 정부의 규제 완화로 작년 12월(-2.0%)보다 하락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1%대 하락하고 있고 거래량도 1월 2만6000건으로 1년 전(4만2000건)보다 40% 가량 급감했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제도인 ‘전세’가 거론된다.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집값의 하락세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 전세 가격은 작년 12월에도 2.4% 하락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2.3% 떨어졌다. 전세 거래량도 5개월째 9만건대로 떨어졌다.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면서 전세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도 하락세다. 작년 전국 주택 전·월세 중 월세 비중은 52.0%로 전년대비 8.5%포인트나 상승했다.

출처: 한국은행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통상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가격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의 고점(저점)을 전후해 매매가격 저점(고점)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자부담에 따른 전세 수요 위축으로 매매·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율 하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갭투자 건수가 2021년 10월만 해도 2만건에 달했으나 작년 9월께 2000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은에선 올해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높아진 금리 수준과 주택가격 하락 기대, 주택 경기 순환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 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국내 부동산 관련 기관에서도 올해 주택 가격이 3~5%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국면전환 모형에 따르면 주택 가격 하락 기대 국면은 약 10개월 정도 더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주택 경기 순환국면이 평균 3년이고 1월 현재 15개월째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내내는 하락쪽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다.

◇ ‘부동산 경기 부진’ 금융 불안 요인

주택 시장 부진은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2월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 안정을 우선으로 두되 금융안정을 좀 더 고려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추가 금리 인상을 저해하는 최대 금융안정 변수는 ‘부동산 부진’이다. 보고서는 “주택시장 부진이 그간 상당 수준 누증된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을 촉진할 수 있는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등의 부실 위험을 높이고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 가구를 증가시키는 등 금융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고부채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경우 주택 가격은 2년내 0.6%포인트 하락한다. 저부채 상황일 때(0.3%포인트 하락)와 비교해 두 배 가량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을 높인다는 결과다.

2월 금리 동결을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부동산 경기 악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이 금통위원은 “부동산 관련 업종의 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택 가격의 급격한 조정이 가세하는 경우 신용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PF대출 연체율은 작년 3분기 0.61%로 2020년 1분기(0.31%) 대비 두 배 가량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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