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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기준 위반이냐 아니냐를 놓고 회계 학계와 업계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원칙중심인 국제회계기준(IFRS)이 모호한데 금융당국은 제재에만 집중하면서 기업의 자율성을 옭아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는 사이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위반 판단은 법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외부감사인 진술 번복이나 회사 임직원의 증거 인멸 시도 등 회계와 무관한 소식들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회사 대표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이 회계기준에 부합한지 여부가 아니라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을 살 권리) 존재를 숨겼는지, 삼성그룹 오너의 경영 승계를 염두에 뒀는지가 쟁점이 됐다. 이를 두고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삼성바이오는 이미 회계 기준의 옳다 그르다 선을 넘어간 상태인 것 같다”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얼마 전 국내 최대 회계학회는 국회에서 여러 명의 국회의원들을 불러놓고 IFRS의 정착 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내외에서 시작한 다양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긴 시간의 세미나를 난 후 맺은 결론은 ‘기업, 감사인, 감독기관의 역량 강화’였다. 회계 분야 자체가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최선이긴 하지만 역량을 키우기 위한 마땅한 수단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단순한 인식 전환의 요구를 넘어 실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회계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분야에 대한 감독지침을 계속 내놓고 있다. 기업 애로사항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실제 감독지침이 필요한 항목들을 역으로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의 회계 역량을 키우려면 사외이사 중 한 명은 공인회계사로 지정토록 한다든지, 공인회계사가 아닌 회계 전문인력을 키울 교육기관 개설을 제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회계심판원 제도 같은 현실적인 제안은 의미 있다. 지금도 조세심판원 등 전문가 판단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재판 과정에 도입할 경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을 골자로 한 회계 개혁의 불을 지폈다. 삼성바이오 사태 역시 단지 IFRS에 생채기를 내고 끝나는 경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