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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 몇㎎? 물 한 잔도 따져 마신다[사(Buy)는 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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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6.08.16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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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러닝에 전해질 수요 확대
음료 넘어 분말·스틱·정제로
물 한 잔도 계산하는 소비자들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사(Buy)는 게 뭔지:사는(Live) 게 팍팍할 때면, 우리는 무언가를 삽니다(Buy). 경제지 기자가 영수증 뒤에 숨겨진 우리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도대체 남들은 뭘 사고, 왜 열광할까요? 물건의 스펙보다는 ‘그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장바구니를 보면 시대가 보이고, 결제 내역을 보면 내 마음이 보이니까요. 소비로 세상을 읽는 시간, <사(Buy)는 게 뭔지>입니다.

대형마트에 무라벨 먹는샘물이 진열돼 있다.(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대형마트에 무라벨 먹는샘물이 진열돼 있다.(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 됐다. 운동을 많이 했다면 이온음료 한 병을 더하면 그만이었다. 요즘은 다르다. 러닝벨트에 전해질 스틱을 넣고 달리고, 운동이 끝나면 생수병에 분말 한 포를 털어 넣는다. 나트륨과 칼륨, 마그네슘 함량까지 따진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했던 물에도 ‘스펙’이 붙기 시작했다.

폭염과 러닝 열풍을 타고 국내에서도 전해질을 보충하는 스포츠음료 소비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분석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이온음료 구매 추정액은 2048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7%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스포츠음료 시장 규모도 약 6940억원으로 추산된다.

달라진 것은 판매량만이 아니다. 물을 마시는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게토레이 파우더 레몬라임향’을 선보였다. 35g짜리 분말 한 포를 물 400~500㎖에 타 마시는 제품이다. 동아오츠카도 포카리스웨트를 분말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완성된 음료 한 병을 사는 데서 생수에 필요한 기능을 직접 더하는 방식으로 소비가 확장되는 모습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기능성 수분 섭취(functional hydration)’로 부른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까지 1년 동안 리퀴드아이브이(Liquid I.V.)와 게토레이 등 스포츠음료 분말·믹스 판매량은 약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수 판매량은 정체됐다. 시장조사업체 민텔 조사에서는 스포츠음료 구매자의 60%가 운동선수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경기나 헬스장에서 마시던 전해질이 일상적인 건강 관리 영역으로 넘어온 셈이다.

세계 최대 스포츠음료 브랜드도 방향을 틀었다. 펩시코의 게토레이는 올해 브랜드를 개편하면서 핵심 소비층을 운동선수에서 일반 소비자로 확대했다. 장거리 비행이나 산책, 숙취 뒤 수분 보충까지 새로운 소비 상황으로 제시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수분 보충 시장에 새로 뛰어든 브랜드만 150개에 달한다는 게 펩시코 설명이다. 유니레버가 인수한 리퀴드아이브이 역시 스포츠음료 믹스에서 일상 웰니스·수분 관리 브랜드로 영역을 넓혔다.

건강을 숫자로 관리하는 소비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손목 위 스마트워치는 몇 ㎞를 달렸는지, 심박수는 얼마였는지, 몇 ㎉를 태웠는지를 알려준다. 수면에도 점수가 매겨지고 운동 뒤 필요한 회복시간까지 계산된다. 몸이 데이터가 되면서 물 역시 ‘목마르면 마시는 것’에서 ‘흘린 만큼 제대로 채우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전해질을 따로 보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은 일반적인 식사와 물 섭취만으로도 전해질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장시간 운동 등이 아니라면 전해질이나 당을 불필요하게 많이 섭취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물 한 병에 기능을 더하는 소비는 빠르게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예전에는 갈증을 없애려고 물을 샀다면 이제는 ‘오늘 내 몸을 제대로 관리했다’는 안도감까지 함께 산다. 운동 기록부터 수면 점수까지 관리하는 시대다. 결국 물 한 잔도 그냥 마시기에는 우리가 너무 부지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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