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형 ISA만 비교하면 이미 ISA 종주국인 영국의 주식형 ISA(380만 명)를 넘어섰다. 전체 시장구조도 예금형 ISA 비중(가입자의 65%)이 높은 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개형 비중이 월등히 높아 ISA 도입 취지인 자산관리계좌 성격에 보다 잘 부합한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우리도 도입 초기에는 95%가 신탁형 ISA였으나 중개형 ISA가 도입되면서 신탁형은 위축되는 가운데 ISA 시장이 만능 ‘투자’ 플랫폼으로 체질이 바뀌었다.
더 놀라운 것은 밀레니얼·Z세대(MZ) 투자자가 이러한 변화를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신탁형 ISA는 50대 이상 투자자가 주도(70%)하는 반면 중개형은 20~40대 MZ 투자자가 절대적(85%)이다. 중개형 ISA=MZ 투자자라고 할만하다. 중개형 ISA의 포트폴리오 또한 나쁘지 않다. 국내 주식·ETF 비율(43%)이 가장 높고 국내 상장 해외 ETF 비율(27%)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글로벌 자산배분 관점에서 국내외 주식을 고루 편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ISA는 MZ 투자자들이 만능 ‘예금’ 계좌에서 만능 ‘투자’ 계좌로 시장재편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ISA의 이 같은 진화 흐름은 ISA 세제혜택과 손익통산 등 유연한 계좌 특성이 MZ 투자자에게 상당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고 있고 향후 ‘미장’에서 ‘국장’으로의 로테이션을 대비하는 자본시장 핵심투자 플랫폼으로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ISA 제도 개선은 MZ 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인센티브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시사한다.
이런 점에서 25년 경제 정책 방향에 담긴 ISA 정책은 보완 토론이 필요해 보인다. 제시한 1인 다계좌 허용, 납입 및 비과세 한도 확대(두 배 이상), 국내주식형 ISA 도입은 전체적으로 주식시장 수요기반과 자산관리역량 면에서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지금 ISA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MZ 투자자 눈으로 보면 일정한 한계도 보인다. 무엇보다 MZ 투자자에게 납입·비과세 한도 확대는 남의 얘기일 수 있다. 중개형 ISA에 가입한 MZ 투자자의 1인당 적립금 평균은 273만 원에 불과하다. 비과세 되는 금융소득은 약 8만원(배당 3% 가정) 수준이다. 지금의 금융소득 비과세 한도(200만 원)가 제약적이지 않은데 두 배 확대를 본인들이 인센티브로 받아들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 금융투자소득세가 폐지되며 비과세 한도의 제약성은 더 약화됐다. 물론 MZ 투자자 사이에도 적립금 분포의 양극화는 매우 커서 혜택을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평균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가칭 ‘세액공제’ ISA라는 MZ 맞춤형 조세감면 방식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두 가지 이유인데 하나는 세액공제는 MZ세대 모두가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가구의 근로소득은 평균 5200만원으로 사실상 서민형 ISA 대상자들이고 자산축적도 많지 않다. 금융소득(이자+배당) 비과세 방식의 조세감면보다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가 더 강력한 유인이 될 수 있는 소득계층이다. 요즘 연말정산 준비가 한창인데 만기가 된 ISA 적립금을 연금 전환해 세액공제를 받는 전략이 뜨거운 절세 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연말정산이 ‘13월의 월급’이란 인식이 강한 청년 투자자에게 세액공제는 무엇보다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부자 감세 논란의 약화다. 신설될 국내주식형 ISA에 금융소득종합과세자의 가입을 허용한 것은 수요기반 강화에 분명히 긍정적이나 고소득자의 조세감면 수혜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근년 들어 고소득자의 조세감면 혜택이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는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을 고려하면 ‘국장’ 활성화와 MZ 투자자 재산증식 그리고 조세정의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세액공제 ISA의 필요성은 더욱 고려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