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탄자니아 출신 난민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는 18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진행한 출간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과 폭력은 합리화할 수 없다는 일갈이다. 그러면서 “인류는 전쟁, 폭력, 궁핍 등으로 삶이 위협받은 이들을 환영하고 환대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구르나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작가다.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당시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의 작품은 없었다. 동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낯선 문화권의 디아스포라(이산·離散) 문학 역시 한국인에겐 친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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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나는 팬데믹과 전쟁, 폭력과 젠더 갈등 등으로 혼란스런 시대에 문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시대가 비슷했다. 인류는 늘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고 맞서 싸우며 해결해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문학이 주는 미덕은 ‘즐거움(pleasure)’이다. 그리고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나를 비춰보게 한다. 결국 문학은 우리를 즐겁게 하고 인간답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가장 달라진 것을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국제적인 상을 받은 덕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지론도 밝혔다. “진실한 글을 쓸 때는 삶의 조건을 살피게 된다”며 “인간성의 양면성을 사실적으로 다뤄야 한다. 인간의 잔혹성, 불공정, 부당함뿐만 아니라 이면에 있는 따뜻함, 사랑, 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사회적 불평등이나 부당함에 대항해 독자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 그는 작가도 부당함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신념을 강요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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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품의 주제는 아프리카에 국한된 게 아니다. 동아프리카는 종교적·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과 교류하면서 수백 년간 역사를 쌓아왔고 다층적인 면을 갖고 있다”면서 “역사적 이야기뿐 아니라 동시대적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아울러 “(한국에 출간되는) 세 권을 다 읽는다면 출간 순으로, 시간이 없다면 최신작부터 읽으라”고 추천하면서 “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작가로서 매우 기쁠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을 읽으며 내 삶에 대해 말할 게 생기는 게 문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한편 구르나의 국내 첫 출간작은 낙원, 바닷가에서, 그후의 삶 등 총 3종이다. ‘낙원’(1994)은 제1차 세계대전 무렵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노예로 팔려간 동아프리카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그의 초기작이다. ‘바닷가에서’(2001)는 아프리카를 떠난 난민 출신 두 남자가 영국에서 재회해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내용이다. ‘그후의 삶’(2020)은 1900년대 초 독일의 식민 지배를 받던 동아프리카를 배경으로 격동의 삶을 살아낸 민초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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