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관광성공사례⑧] 기다림의 미학…발효문화공간 '연효재'

강경록 기자I 2014.03.18 06:00:00

술지게미로 세수하는 할머니에 영감
전통주, 발효화장품 만들기 강좌 개설
여행박람회 등 외국인 행사 종횡무진
한국 발효의 우수성 세계로 알리는 것이 '꿈'

김단아(오른쪽) 연효재 대표와 수강생이 함께 누룩을 이용해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부산 남구에 소재한 연효재에서는 누룩으로 막걸리를 담그고 효소와 과일식초, 비누와 스킨, 크림도 직접 만들어 볼수 있도록 체험상품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화두는 단연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 실현이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이 열린 지난 3년간의 성과는 눈부시다. 총 1331개팀이 출품해 그중 80개팀의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이들 중 사업화에 성공한 업체는 52개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1004팀의 사업아이디어가 출품돼 88개팀이 수상하는 등 나날이 공모전에 대한 관심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소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막걸리 효소인 누룩을 만들고 있는 김단아 연효재 대표.
◇기다릴 줄 아는 이들을 위한 공간

“화장수로 레드와인을 이용했고 발효시킨 우유로 목욕을 했던 클레오파트라처럼 과거 피부 미인들의 비결은 ‘발효’다.” 발효가 뜨고 있다. 이전까지는 김치·된장·요구르트·막걸리 등 ‘먹는’ 제품이 우리가 아는 발효제품의 전부였다. 최근에는 친환경 재료, 몸에 이로운 제조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발효공법에 대한 기술연구가 활발해지고 제품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 발효공법으로 만든 제품은 소위 ‘먹히는’ 아이템이 됐다.

관광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발효공법을 이용한 상품개발에 힘쓰고 있다. 부산 남구에 위치한 ‘연효재’도 우리 전통 발효공법을 더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는 업체다. 발효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발효 부산물을 이용한 발효 미용제를 만드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벤처 팀장은 “발효식품인 한식은 세계적으로 건강 기능성, 자연친화 영양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등 그 효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연효재는 우리 전통 발효공법을 식품에서 미용·관광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연효재에서는 누구나 발효를 체험하고 나눈다. 먼저 우리 전통문화인 ‘발효’의 원리와 가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전통의 발효공법으로 막걸리와 식초 등의 식품들을 직접 만들고 먹어보게 했다. 또 피부에 자극과 부담이 없는 천연발효 화장품인 스킨·로션·비누·입욕제 등을 직접 만들고 써보도록 했다. 그래서 지난해까지 연효재의 옛 이름은 ‘우리 술과 발효 테라피’였다.

세련된 카페처럼 잘 차려진 연효재의 공방에서는 수시로 발효 화장품과 비누를 만드는 강좌가 열린다. 천연 발효 테라피 과정은 초급·중급·전문가반으로 나눠져 있다. 누룩 빚기부터 시작해 복분자 막걸리와 효소, 과일식초를 직접 제작하고, 막걸리 비누와 스킨, 크림도 만든다. 김단아(46) 대표는 “과거엔 저장을 목적으로 발효를 했지만 지금은 건강한 삶을 위해 발효를 한다”며 “그렇기에 연효재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연효재의 발효 비누. 공방에서는 자신의 피부타입에 맞게끔 발효효소를 이용한 비누를 직접 제작할 수 있다.
◇몸에 좋은 것이 피부에도 좋다 ‘발효테라피’

사실 김 대표는 발효전문가가 아니었다. 원래 직업은 수제 비누와 화장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더 좋은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고 싶어 고심하던 중 우연히 발효의 효능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누룩으로 유명한 금정산성에서 막걸리 교실에 참가하기도 하고, 시골 할머니들을 찾아가며 막걸리와 식초 만들기 등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렇게 배운 기술로 천연공방을 열었다.

김 대표가 발효 비누와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김 대표는 “할머니는 막걸리로 식초도 만드시고 남은 막걸리 지게미로 세수하셨다”고 회상했다. 발효식품이 몸에 좋은 것은 알아도 피부에 좋다는 건 생소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옛말에 ‘양조장 집 딸은 얼굴 안 보고도 데려간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 옛 어른들은 발효 테라피의 효능을 익히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발효 비누와 입욕제, 화장수 등이다. 힐링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발효로 이어졌다.

공방은 늘 시끌벅적하다. 발효를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서다. 발효미용의 효능을 알고 찾아온 사람부터 발효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배움을 자처했다. 김 대표는 공방을 찾는 이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가르쳤다. 무엇보다 우리 전통 발효문화를 더 많이 알리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우선 김 대표가 꼽은 발효테라피의 장점은 흡수력과 세균 억제 능력. 수제 화장품은 피부에 잘 스며들지 않아 발랐을 때 겉도는 느낌이 종종 들지만, 발효식품을 넣은 스킨이나 로션은 피부에 잘 스며들어 사용감이 좋다는 것이다. 발효를 통해 음식 안에 들어 있는 영양소의 입자가 아주 잘게 쪼개져 있기 때문. 김 대표는 “예를 들어 집에서 직접 만든 쌀 식초는 쌀 성분이 아주 잘게 쪼개져 있는 상태인데, 이걸 손에 바르면 그 성분이 피부 속 깊이 들어간다”며 “고가의 유명 화장품이 발효기술을 이용해 큰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발효화장품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기한이 길다는 것이다. 발효를 거친 식품에는 우점균이 생기는데 발효화장품은 우점균이 다른 잡균의 번식을 막아 상하는 것을 방지한다. 하지만 시판되는 화장품처럼 유통기한이 긴 것은 아니다. 김 대표는 “발효식품을 넣은 스킨이나 로션은 2~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며 “보통 수제 화장품의 유통 기한은 한 달 안팎”이라고 덧붙였다.

체험 프로그램인 막걸리 시음행사를 준비 중인 김단아 대표.
◇한국 발효 우수성 세계로 알리는 게 ‘꿈’

2009년 창업한 이후 어느새 6년째.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오게 된 건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사업화 자금(3650만원)을 비롯해 컨설팅·창업교육·영업망 연결 및 확충 등 세세한 면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김 대표는 지원금 대부분을 발효문화 체험공간을 만드는 데 썼다. 발효를 더 많이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이들은 단순히 비누를 사 가는 것이 아닌 우리 문화를 사가기에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 현재 운영 중인 체험프로그램에서도 김 대표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연효재에서는 부산의 술과 음식을 테이스팅 하는 ‘부산 전통주테이스팅 체험’과 발효미용 프로그램인 ‘힐링 막걸리 발효테라피’, 직접 술 비누를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인 ‘지게미를 이용한 술 비누체험’, 전통 증류기로 수제 소주를 만들고 맛보는 ‘증류소주내리기 체험’, 어린이들과 효모의 생육조건이나 활동을 직접 눈으로 보며 발효를 체험해 보는 ‘어린이 발효과학 체험’,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발효문화 체험’, 매월 우리 전통 발효체험을 해볼 수 있는 연효재의 ‘행복한 발효이야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초청해 먹걸리 시음행사와 테라피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월에는 부산국립국악원과 업무 제휴를, 2월에는 남도해양열차 S트레인에서 발효체험행사도 진행했다. 이어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막걸리 소믈리에 체험 교실과 함께 공동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직 사업 초기라 미흡한 점도 많다. 전문적인 사업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고, 홍보·마케팅 등에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특히 늘어난 고정비는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꿈이 있기에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발효는 과학이자 문화, 힐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좋은 한국의 발효문화를 알리는 일이야말로 한국민으로서 꼭 해야 할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발효테라피’ 전도사로의 당찬 포부다.

연효재
김단아 연효재 사장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발효 비누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김단아 연효재 사장(왼쪽)과 연효재 직원들.
김단아 연효재 사장이 갖가지 아로마로 발효 비누를 만들고 있는 모습.
김단아 연효재 사장이 발효 비누를 만들고 있는 모습.
발효문화공간 연효재의 발표 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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