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19일 미국 주식시장이 이틀 연속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였다. 다우는 강보합, 나스닥은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다우 상승-나스닥 하락` 이란 종가 조합은 하루 전과 똑같다.
별다른 경제 지표나 기업 실적 발표가 없는 가운데 장 막판 치솟은 유가의 위력이 나타난 하루였다. 당초 상승출발한 뉴욕 주식시장은 코카콜라, IBM 등 주요 블루칩들의 선전과 투자자들의 낙폭과대 인식에 힘입어 오전 장까지 강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3.3% 급등하며 65달러대로 진입하자 투자 심리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유명 제약회사 머크가 소비자와의 소송에서 져,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는 악재까지 터져나왔다.
결국 다우 지수는 오전 장의 오름폭을 다 까먹고 보합권으로 내려왔다. 나스닥은 하락 반전했다.
이날 다우 지수는 전일대비 4.30 (+0.04%) 오른 1만559.23, 나스닥 지수는 0.52포인트(0.02%) 낮은 2135.56에 장을 마쳤다. S&P500 지수는 0.69포인트(0.06%) 높은 1219.71에 마감했다.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9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2.08달러(3.3%) 급등한 65.35달러로 장을 마쳤다.
◆유가 65불대 재진입..수급 우려 고조
국제 유가가 또다시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유가는 장중 65.50달러까지 치솟은 뒤 전일대비 3.3% 급등한 65.35달러로 마감했다.
에콰도르의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 에콰도르는 주민들의 시위 격화로 석유 수출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에콰도르는 중남미 5위 석유 수출국인데다 수출량의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수출, 수급 우려를 부추겼다.
유럽 2위 석유업체인 로열 더치 셸도 시설 이상 문제로 나이지리아에서 원유 생산을 3일째 줄였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의 불안한 상황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요르단 아카바 항에 정박중인 미국 군함을 향해 정체불명의 로켓탄이 발사돼 2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요르단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머크 급락..기타 블루칩은 강세
미국 제약회사 머크(MRK) 주가는 7.76% 급락했다. 머크 악재는 다우 지수 상승폭을 갉아먹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텍사스 주 법원 배심원단은 머크의 진통제 `바이옥스`를 복용한 후 사망한 한 남자의 미망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 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 머크는 2억5340만달러라는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그러나 코카콜라, 캐터필라 등 기타 블루칩들은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날 UBS는 다우 지수 구성 종목인 코카콜라(KO)가 턴 어라운드 국면에 진입했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올렸다. 코카콜라 주가는 2.07% 올랐다.
역시 다우 지수 구성 종목인 장비업체 캐터필라(CAT) 주가도 3.09% 뛰었다. 캐터필라는 중국 공장 증설, 중국 업체와의 제휴 등 중국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 IBM 주가도 2.01% 상승했다. 프루덴셜 에쿼티 그룹은 이날 `빅 블루` IBM의 주가가 하반기 내내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으로부터 어닝 모멘텀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멜론 파이낸셜(MEL)도 4.05% 상승했다.
◆의류업체 혼조..갭은 하락
갭과 앤 테일러 등 주요 의류업체들의 주가는 엇갈렸다. 미국 최대 의류업체 중 하나인 갭((GPS) 주가는 2.03% 하락했다.
갭은 올해 순이익 예상치를 기존 1.44달러~1.48달러에서 1.30달러~1.34달러로 낮췄다. 메릴린치는 갭의 8월 매출이 지극히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반면 여성의류 전문업체 앤 테일러(ANN) 주가는 6.03% 치솟았다. 1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이사회 승인을 얻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앤 테일러는 2분기 주당 순이익이 10센트에 그쳐 작년 2분기 41센트를 크게 하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별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18센트로 톰슨 파이낸셜이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 17센트를 소폭 상회했다.
◆자동차 부품주 혼조..델파이 급등
자동차 부품업체는 종목 별로 투자은행의 평가가 엇갈렸다. 리만브라더스는 미국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DPH) 투자의견을 상향했다. 델파이 주가는 7.43% 치솟았다.
반면 파이퍼 재프레이는 휘발유 가격 상승과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투자의견을 대거 하향했다. 파이퍼 재프레이는 어드밴스드 오토 파츠(AAP), CSK 오토(CAO), 오토존(AZO)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의 투자의견을 모두 한 단계씩 낮췄다. AAP 주가는 2.05% 떨어졌다.
아디다스와 합병할 예정인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리복(RBK)은 주식옵션 내부자 거래 문제로 감독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는 0.04% 떨어졌다.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한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데스크(ADSK) 주가는 5.4%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