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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마이스(MICE) 통합 학술대회’에 참석한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지역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공공 주최 행사의 수도권 쏠림’을 꼽았다. 정부 부처, 공공기관 주최 전시·박람회가 수도권에서만 열려 전국적으로 87개에 달하는 특구와 클러스터, 산업단지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은 “공공 주최 행사가 되레 지역 산업과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수십조 원이 투입된 지방 이전 정책 효과까지 반감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마이스관광학회, 한국비즈니스이벤트컨벤션학회, 한국무역전시학회가 ‘2025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와 연계 개최한 통합 학술대회는 ‘마이스 산업의 지역 상생 발전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업계 대표로 강연한 조원표 메쎄이상 대표는 “한때 80% 가까이 수도권에 몰린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비수도권 소재 비중이 54%까지 올라갔지만, 이들 기관이 여는 행사의 70%는 아직도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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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 따르면 전국 20개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129건의 공공 주최 전시·박람회 가운데 89건(69%)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웬만한 수도권 내 전시컨벤션센터보다 큰 규모의 시설을 갖춘 부산(13건), 대전(10건), 대구(7건)에서 열리는 공공 주최 행사는 서울(58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업단지를 보유한 경남에서 열리는 공공 주최 전시·박람회는 연간 단 3건(2.3%)에 그쳤다.
조 대표는 “전시·박람회는 단기간, 특정 장소에서 열리지만, 그 효과나 영향은 지역의 산업 구조, 지식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공공 주최 전시·박람회의 수도권 쏠림을 일 년 중 단 며칠만 해당하는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문제로 봐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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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주최 전시·박람회가 코엑스, 킨텍스 등 수도권 주요 전시장을 선점해 민간 주최의 신규 행사가 설 자리가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시컨벤션센터는 통상 유사 품목 행사의 신규 배정을 제한하거나 최소 한 달 이상 간격을 두게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시 주최사 대표는 “공공 주최 행사가 수도권 전시장을 죄다 꿰차고 있어 웬만한 신규 행사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다”며 “결국 수도권에서 밀려난 작은 규모의 인지도 낮은 신규 행사만 지역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공 주최 행사의 지나친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선 제도적으로 지역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학계와 업계의 주장이다. 지역 전시장의 안정적인 운영 기반 확보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풍부한 자금력에 월등한 기업·바이어 동원 능력을 갖춘 공공 주최 행사의 지역 개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 공공 주최 행사가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매년 포화 상태인 수도권 전시장의 임대 상황에도 숨통이 트여 신규 행사 개발도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조 대표는 “지역 마이스 활성화 측면에서도 신규 행사를 기업·바이어 동원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수도권 전시장에서 인큐베이팅한 후 지역으로 확대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선 정부 부처 등 중앙행정기관 주최 행사는 공모를 통해 전국 순회 행사로 전환하고, 공공기관 행사는 관련 산업 특구와 단지가 있는 곳에서 개최해 지역특화 행사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