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베이징의 가세로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남부 도시 중심으로 성장해온 중국 마이스(MICE) 시장의 주도권 경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본 도쿄와 한국 서울 등 동북아 지역 내 캐피털 시티(수도) 간 행사·단체 유치 경쟁도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올 2월 베이징 수도국제공항 인근 순이지구에선 연 면적 61만㎡ 규모 ‘수도국제전시컨벤션센터’(CIECC)가 개장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를 맡은 CIECC 전시장 면적은 21만㎡로 베이징 내 센터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장 면적 기준 고양 킨텍스(10만 8000㎡), 삼성동 코엑스(3만 6000㎡)를 합친 규모(14만4000㎡)를 훨씬 웃돈다. 전체 9개 홀 구조의 전시장은 1개 홀당 면적이 평균 2만 3300㎡로 서울 코엑스(1만 368㎡)의 2.2배, 킨텍스(1만 3000㎡)의 1.7배에 달한다.
이어 5월 가동을 시작한 ‘국가회의중심 2기’(CNCCⅡ)도 베이징의 마이스 인프라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베이징은 2022년 동계올림픽 당시 미디어 센터가 들어섰던 단지를 전시컨벤션, 스포츠, 쇼핑 등이 가능한 복합 단지로 재개발했다. 단지의 중심인 CNCCⅡ는 연 면적 42만㎡에 3만㎡ 규모 전시장과 기둥이 없는 8000㎡의 회의실을 갖췄다. 내부엔 순찰 로봇 외에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하이브리드 환기 시스템,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 친환경 기능도 추가했다. 내년엔 리츠칼튼(282객실), 베이징 메리어트 머큐리 호텔(671객실) 등 글로벌 브랜드 특급호텔 개장도 앞두고 있다.
|
마이스 인프라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대형 국제행사 개최도 잇따르고 있다. CIECC 개장 행사로 열린 ‘중국 국제 자동차 서비스 및 장비 전시회’엔 국내외 60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25만 명이 넘는 B2B, B2C 관람객이 다녀갔다. CNCCⅡ도 개장 이후 ‘중국·라틴 아메리카·카리브 국가 공동체 장관회의’, ‘세계가스총회’(WGC 2025) 등 굵직한 국제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며 이름을 알렸다. 오는 10월엔 베를린메세가 개최하는 세계 3대 마이스 박람회 ITB 아시아, 중국여행사협회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마이스 미팅 포인트’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시설 인프라 확충에 더해 통신·서비스 인프라, 행사·단체 대상 인센티브 등 지원 프로그램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2023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회의·전시업 고품질 발전을 위한 다수 조치(24조)’엔 대규모 국제행사 원스톱 인허가, 5G(5세대)·스마트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금융 지원 등이 포함됐다. 특히 기존 전시·박람회는 물론 신규 행사에도 최대 100만위안(약 2억원) 예산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보조금 프로그램은 중국은 물론 글로벌 전시 주최자의 발길을 베이징으로 향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 되고 있다.
베이징 소재 마이스 전문 회사 ‘럭스 트래블’의 리창송 대표는 “대형 센터가 문을 연 지 이제 반 년이 조금 지났지만 전시컨벤션 유치와 행사 참가자 모집 과정에서 이전보다 올라간 도시 인지도와 경쟁력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시·박람회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제회의 유치 경쟁력도 한층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은 지난해 기준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집계한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서울(세계 6위), 도쿄(세계 16위)에 크게 뒤처진 세계 76위에 머물렀다.
곽도휘 서울관광재단 마이스1팀장은 “국제 학술대회, 국제회의는 유치부터 개최까지 최소 2~3년 준비 기간이 필요해 국제회의 개최 순위 등 가시적인 변화가 표면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다만 정치와 외교, 경제, 행정 기능이 몰려있는 ‘수도’인 만큼 다른 도시에 비해 성장 속도가 가파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 시설부터 서비스에 이르는 전방위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무리한 시설 경쟁에 나서기보다 K컬처 등 고유 컨텐츠를 통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윤은주 한림대학교 마이스기획경영전공 교수는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최소화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K팝, K드라마 등 경쟁력이 입증된 콘텐츠에 다양한 문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더해 오직 한국에서만 가능한 마이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