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법률가로서도 실패하지 않으려면[법조프리즘]

최은영 기자I 2025.01.20 05:00:00

박주희 로펌 제이 대표변호사

[박주희 로펌 제이 대표변호사]2025년 1월 15일,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새벽 4시 30분 공수처가 대통령 관저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과천에 있는 공수처 청사에 윤석열 대통령이 도착하는 장면까지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 상황이 생중계되고 외신 역시 윤 대통령의 체포 사실을 긴급 타전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 2차에 걸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시도가 이뤄진 43일간 대한민국은 충격과 혼란의 나날이었다. 연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리고 언론은 하루 종일 내란죄 수사를 두고 시시각각 벌어지는 논란을 보도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공수처의 영장 집행이 다가오자 한남동 관저 앞은 찬반 시위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분열과 불안, 혼돈이 대한민국을 삼켜버린 43일이었다. 그리고 체포일로부터 나흘 뒤 윤 대통령은 구속됐다.

필자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인으로서의 평가는 차지하고 법률가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공수처 수사와 체포영장의 불법을 주장하며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 관저를 요새화하고 수사에 불응하는 모습에 30년 가까이 검사직에 있었던 사람의 행동이라고는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른 정치인은 몰라도 대한민국의 무너진 법치주의를 다시 세우겠다던 그였기에 그의 주장대로 비상계엄이 통치행위였든 공수처의 수사가 불법이든 당당하게 출석해 수사와 재판이라는 법적 절차를 통해 법리적 주장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혹자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1년이 넘도록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하는 것이나 이재명 대표의 재판 지연 행태를 거론하며 그들은 잘했느냐며 윤 대통령에게만 가혹하게 구는 것은 불평등하다고 따지고 들지 모르겠다. 그러나 법률가라면 누구나 ‘불법의 평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안다. 즉,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평등의 이념은 합법적인 지위에서만 인정된다. 헌법재판소도 법 앞의 평등이 불법의 평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여러 번 확인한 바 있다. 그렇기에 다른 정치인의 편법·위법적인 행태를 들어서 ‘왜 나만 갖고 그래’라고 항의할 수 없다. 그리고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태도가 그들과 윤 대통령을 다르게 만드는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이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피의자가 ‘딴 사람도 잘못했는데…’라며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검사에게 영장을 청구할 법원을 지정해 요구하며 법관의 영장 발부가 정치적 판단이라며 체포를 버텼다면 검사 윤석열은 무슨 말을 했을까.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법률과 절차에 따른 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물론 법치주의 국가에서 윤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에게 주어지는 법률상 권리는 평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비록 기각되기는 했어도 체포적부심을 청구하거나 변호인과 함께 조사에 참여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다양한 법리적 주장과 반박을 펼치는 건 그가 당연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리고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결을 응당 존중하는 것, 그것이 그가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법치주의의 모습이자 30년 가까이 걸어왔던 법률가의 태도라 할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당당하게 자진출석하며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체포와 구속은 면했을 텐데라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법률과 절차라는 링 위에서 당당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무조건 거부와 부정으로 일관하며 추운 날씨에 길 밖에 국민을 세워두고 서로 싸우도록 장외전을 벌이는 건 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30여 년의 검사 경력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 윤 대통령이 법률가로서 당당하게 법적 다툼을 하며 법률가로서까지 실패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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