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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기가 꽉찬 저희는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가 나왔죠. 외동딸인 저는 첫 경사라 제대로 결혼식을 치르고 싶었지만 남편은 최소한 가족들만 초대한 스몰웨딩을 하자고 했습니다. 백여명 정도만 모일 수 있는 장소에서 스몰웨딩으로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엉망이었습니다. 남편은 제 행동에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으면 폭언을 퍼붓고 일주일에 한두번 아무런 연락도 없이 외박을 했습니다. 결혼 전과 너무 다른 남편의 행동에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답답함이 지속되던 그즈음 남편의 짐 안에서 믿을 수 없는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남편의 결혼 청첩장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남편은 저를 만나기 전 결혼을 한 경험이 있었던 겁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따져 물었더니 남편은 “그 결혼식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별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당당합니다. 저는 남편에 대한 믿음이 모두 무너져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의 행동과 전혼 사실은 이혼사유에는 해당되겠죠?
△결혼생활 중 있었던 폭언과 잦은 외박은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혼 사실을 숨긴 것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합니다. 사연자는 이혼 시 재산분할은 물론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는 사안으로 판단됩니다.
-남편의 말처럼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전혼 사실을 숨긴 게 문제가 없나요?
△사연자의 남편이 전혼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결혼식을 올리는 등 사실혼 배우자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므로 이는 혼인 취소에 준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를 주장하면 어떨까요?
△민법 제816조 제3호는 혼인의 효력을 부인해야 할 혼인취소 사유의 하나로서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연자의 배우자가 전혼사실에 대해 적극적 또는 소극적으로 고지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사연자를 기망했고, 사연자가 혼인 전 배우자의 전혼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이라는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면, 이는 사기에 의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 해당하여, 혼인 취소가 가능합니다.
-사기에 의한 혼인취소가 인정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나요?
△우리 법원은 문제된 사유가 당사자 간 혼인의 의사를 결정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인지를 판단하는데, 혼인에 이르게 된 계기, 그리고 그 사안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나 제3자의 인식 여부 그리고 속인 부분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등을 종합하여 취소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 법원은 전혼, 학력, 병력, 출산 경력 등의 사실을 속인 경우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사연자가 혼인 취소를 주장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남편의 전혼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 자료를 준비해서 혼인취소소송을 청구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제소 기간이 매우 짧은 편입니다. 혼인 취소를 하려면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 취소를 청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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