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펜싱선수 출신 근성으로 신종 보이스피싱 통장협박범 소탕[경찰人]

황병서 기자I 2023.04.21 05:00:00

김규혁 경기북부청 반부패경제 범죄수사2대 경장
계좌에 보이스피싱 피해금 넣고 계좌 정지 협박 수법
"펜싱선수 특유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수사"

[의정부(경기)=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범인을 잡기 위해 6개월 동안 계좌 98개, CCTV 200여개, 메신저 캡처본 305쪽을 분석해 돈의 흐름을 추적했습니다.”

경기북부청 수사과 반부패경제 범죄수사2대 소속 김규혁 경장.(사진=황병서)
지난 18일 경기북부경찰청에서 만난 김규혁(32)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 수사관(경장)은 ‘통장협박’ 사기범 일당 4명을 잡기 위해 들인 노력을 설명하며 “이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근성 하나로 수사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통장협박은 피해자에게 소액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이라며 경찰에 신고해 계좌를 묶어 버리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사건 수사는 김 경장이 작년 8월 질병관리본부를 사칭해 악성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 방역지원금을 신청하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 2명으로부터 5739만원을 빼앗은 일당 2명을 수사하다 이상한 낌새를 채면서 시작됐다.

당시 현금 인출책 A씨의 압수수색한 휴대전화를 살펴보던 중 메신저 내용에서 “대포통장 좀 달라고 해” 등의 정체 모를 내용을 발견하면서 김 경장은 계좌에서 계좌로 흘러가는 돈의 흐름을 추적했다.

수사 결과 피의자 중 한 명인 관리책 B씨는 A씨 외에도 렌터카 사고로 급전 등이 필요했던 C씨와 D씨를 꼬드겨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이 드러났다. 김 경장은 이들이 각종 보이스피싱 등에 사기를 당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주로 범죄 타깃으로 설정해 노렸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라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일당은 주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포섭한 이들에게 급전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접근해 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통장협박 방식의 사기를 쳤다. 실제 A씨는 이들 계좌에 ‘LOCK(잠금)’이란 영문으로 1원씩 소액으로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이라고 허위신고를 해 계좌를 정지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계좌가 묶인 피해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일당은 계좌정지를 당해 피해를 보기 싫으면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두 달간 피해자 9명으로부터 7307만원을 빼앗았다.

보이스피싱은 통상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메신저 공유 내용도 바로 지우는 습성이 있어 사기범을 잡기가 간단치 않다. 특히 이번 사건은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라 돈이 계좌에서 계좌로 흘러가는 흐름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6개월간 끈질긴 추적 끝에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는데 수사의 왕도는 ‘근성’, ‘끈질김’을 바탕으로 치밀한 분석과 발품, 노력과 같은 기본에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 경장이 수사에서 근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중학교부터 7년간 펜싱 선수로 활약했던 영향을 꼽았다. 평소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커 2016년 입직해 어느덧 경찰 생활 8년 차에 접어든 김 경장은 “운동선수 특유의 ‘자신과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는다’는 근성이 장점으로 발휘되며, 이번 수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CCTV 확인, 은행 계좌 분석 등 각 역할을 맡아준 든든한 팀원들이 있어서 끈질긴 수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김 경장은 “통장협박과 같은 신종 사기 피해도 돈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집중돼 안타깝다”며 “관공서나 은행에서 돈을 요구하며 앱을 설치하지 않으니 경계해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