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A씨는 그해 3월 변호사 자격을 얻어 4월 검사로 임용된 신참 검사였다. 법무연수원에서 신임검사 교육을 받던 중 한 달 전인 10월 초부터 서울동부지검에서 실무수습을 받고 있었다.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할 때는 참여계장이 입회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A씨는 이를 지키지 않고 주말에 혼자 있을 때 B씨를 불러내 조사했다.
그날 저녁 두 사람은 그 검사실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은 이틀 후인 11월 12일 저녁엔 검찰청 인근 지하철역에서 만나 모텔로 이동해 성관계를 했다. 검사가 검사실에서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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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주고 입막음 시도했지만 폭로
검찰 내부의 진상조사가 시작되자 A씨는 입막음을 시도했다. 그는 하루 뒤인 21일 B씨 측을 찾아가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 대가로 5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A씨의 성추문은 하루 뒤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23일 사의를 표명했고, 얼마 후 A씨가 졸업한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도 사퇴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즉각 감찰에 착수한 후 곧바로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검찰 수사는 일단 두 방향으로 진행됐다. 성적 접촉이 이뤄지는 과정에 A씨가 위력을 행사했는지와 성관계가 대가성을 동반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B씨는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주장했다.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인 자신이 절도 혐의로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하자 A씨가 사건처리를 들먹이며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것이 B씨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A씨와 나눈 모든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B씨는 A씨로부터 받은 소환통보 전화 통화부터 시작해 A씨와의 모든 만남을 녹음했다. 그는 자신이 물건을 훔친 대형마트와 수사기관이 결탁했다고 의심해 모든 상황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제력 잃었을 뿐 사건 언급 안 했다” 항변
A씨는 “B씨의 적극적인 성적 유혹을 받고 순간 자제력을 잃고 성관계를 했다”며 “부적절한 성관계였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맞섰다. 이어 “절도사건의 통상적 처리 방향에 대해 알려줬을 뿐 사건처리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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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낮고 뇌물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이 재차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12월 14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와 함께 A씨를 검사 최고 징계인 해임 처분했다. 다만 뇌물공여자로 입건된 B씨에 대해선 불기소처분했다.
◇法 “검사가 피의자와 성관계, 그 자체로 공정성 훼손”
A씨는 법정에서 “성관계가 법리상 뇌물이 될 수는 없을 뿐더러 B씨와의 성관계에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법리적으로 무형의 이익도 뇌물에 해당하는 것은 분명하고, 두 사람 간의 성관계에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 뇌물죄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수사 중인 피의자로부터 성적 이익을 제공 받는 것은 검사의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 사람 간의 성적 접촉이 B씨의 적극적 요구에 따른 점이란 점을 명시했다. 특히 검찰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두 번째 만남에 대해서도 B씨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판결은 2014년 1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