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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KT(030200)가 지난 7월 스타트업 육성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서울 관악구에 세운 ‘디지코KT 오픈랩’. 오픈랩 설립 소식을 듣자마자 대표기업 인터뷰를 요청했고, 7개 입주기업 중 가장 먼저 KT가 소개한 회사는 법인 설립 2개월 만에 KT의 픽을 받는 데 성공한 유망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파이미디어랩’이었다.
◇“비전공자도 AI 전문가 만들어줘요”
디지코KT 오픈랩에는 공유오피스로 들어서는 초입에 스마트 좌석제 이용을 위한 키오스크가 있다. 내가 일할 좌석이나 휴게실, 락커를 실시간으로 예약하고 들어가는 방식인데, 키오스크를 손으로 직접 터치하지 않아도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사용자의 손동작을 인식해 원격으로 화면을 제어할 수 있다.
예약을 마치면 내 자리에는 명함꽂이만한 디스플레이에 자동으로 회사명과 이름이 표기된다. 이를 통해 쓸데없는 조명이나 냉난방 시설의 낭비도 없애고, 업무 규모에 따라 장소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센터는 KT가 세웠지만, 이 시스템은 KT가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한다. 회사 설립 2개월 만에 KT의 선택을 받아 디지코KT 오픈랩에 입성한 AI 공간 디지털전환(DX) 스타트업 파이미디어랩이 개발해 구축했다. 입주 기업이지만 단순히 창업 공간을 쓰기 위해서만 이곳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KT와 협업한 연계 사업을 펼친 것이다.
회사 설립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파이미디어랩의 여병상(44) 대표를 비롯해 김현진(30) 선임연구원 등 연구소 시절부터 함께 해온 구성원들의 오랜 AI 개발 역량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거둔 성과다.
여병상 대표 “3년 전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간의 히트맵(점유율)과 이동경로를 분석해 제공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사용자 제스처와 안면인식 기술로 나이, 신체 특징에 따른 교육 및 헬스케어 콘텐츠 제작도 협업했는데요. 이후로 쭉 저희가 보여준 가능성을 인정받아 디지코KT 입주로까지 성과가 이어질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 대표는 LG전자에서 사용자경험(UX) 설계 업무를 맡던 중 카이스트(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 진학하면서 AI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준비했다. 2018년부터 직접 AI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이때부터 함께 한 동료들과 AI 전문기업 파이미디어랩을 올 5월 창업했다.
김현진 선임연구원도 공동 창업 멤버 중 대표적인 한 명이다. 그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연구소에서 여 대표를 만나 본격적으로 AI 공부를 시작했다.
김현진 선임연구원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코딩도 같이 공부했었는데요. 전자기판을 가지고 움직이는 워킹모델을 만드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그때 닦은 하드웨어나 IT 지식이 도움이 됐고, 대표님께서 연구소 시절 공부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주신 데다 AI 상용화 실무경험을 오래 쌓을 수 있게 도움을 주셔서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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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설립 2개월 됐지만, 대기업 계약도 척척
파이미디어랩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AI로 공간활용의 신의 한 수를 두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여병상 대표 “AI솔루션으로 공간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저희 기술의 가장 핵심입니다. 서울시 집값이 매일 무섭게 오르고 있죠. 기업마다 오피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요. 이들을 위해 직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적정한 공간사용은 얼마인지 측정하고 리포트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공급계약을 맺고, 조립공장 내 작업자의 위치를 파악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로 작업자 간의 안전거리 확보부터 돌발행동을 잡아낸다든지 근처에 위험 물질이 존재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인식이 힘든 야간 수풀에서도 고라니나 멧돼지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는 동물 움직임 검출 우선 알고리즘을 개발해, 야생동물의 이동괘적 및 진출입 시간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KTX에 제공하고 있다.
여병상 대표 “최근에 안타까웠던 쿠팡 화재사건도 CCTV가 인공지능화돼 있었다면 조기에 진압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영상 기술은 스마트 오피스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죠.”
서울 압구정의 안다즈 호텔 로비에도 파이미디어랩의 기술이 숨어 있다. AI 카메라가 호텔 로비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과 동선에 반응해 맞춤형 콘텐츠를 미디어월로 실시간 재생해준다. 처음에는 20대 여성 취향의 미디어월을 꾸몄던 호텔이었지만, 분석 결과 30~40대 남성이 더 많이 찾는 것을 알고 경영 전략을 수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여 대표는 최근 줄줄이 이어지는 공급계약 수주를 통해 1년 뒤면 매출 50억원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회사와 성장을 함께 할 인재 찾기에도 열심이다.
김현진 선임연구원 “저희 파이미디어랩에는 학벌이나 스펙의 기준이 없습니다. 현재 있는 AI 개발 인력들도 1명을 제외하곤 저를 포함해 모두 비전공자입니다. AI는 책으로 뭔지 알 수 없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공부를 같이 할 수 있는 소양만 갖추고 있다면, 함께 목표를 세우고 개인과 회사의 동반성장을 이루실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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