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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탈레반에 밀린 치욕의 탈출 작전…바이든 리더십 '흔들'(종합)

김정남 기자I 2021.08.16 03:21:44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아프간 전역 장악
"미 대사관 철수…탈레반 방해시 단호 대응"
1975년 베트남전과 비견되는 ''치욕의 탈출''
미군 철군 결정한 바이든, 리더십 흔들릴듯
아프간 대통령 도피…다시 탈레반의 나라로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시민들이 출국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철수작전에서 나선 미군의 치누크 헬기가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상공을 날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친미 성향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항복하면서 수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완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아프간 철군 방침을 밝힌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제사회 리더십이 약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블링컨 “미국 대사관 아프간서 철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아프간 정부의 붕괴 소식이 전해진 직후 ABC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사관이 완전 철수를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탈레반이 미국 인력을 방해할 경우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아프간에 주둔하면서 그동안 미국에 대한 공격을 막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더이상 아프간에 남는 것은 미국에 이득이 안 된다”고 했다.

인력 대피는 대사관 경내에서 미군 헬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인력 대피는) 매우 계획적인 방식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미군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대사관은 공항 이동 전 대사관 내 관련 서류와 기타 물품을 없애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민감한 자료들이 탈레반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간 건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 방침을 밝힌 이후 4개월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당시 “20년 묵은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며 미군 철수를 공식화했다. 지난 2001년 뉴욕 무역센터에 대한 9·11 테러 직후 시작된 아프간전은 미국 역사상 최장기 해외 전쟁이다. 지리한 아프간전을 끝낼지, 아니면 이어갈지 기로에서 철군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철군을 채 완료하기도 전에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특히 탈레반의 기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현지 미군 기지와 대사관을 그대로 둔 채 탈출하는 건 1975년 베트남전 패전 당시 ‘프리퀀드 윈드 작전(Operation Frequent Wind)’을 연상케 한다는 관측이다. 미국 전쟁사의 또다른 치욕이라는 것이다.

아프간 철군을 결정한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의 귀환’을 기치로 내걸고 국제사회 리더십 재건을 선언했지만, 아프간 철수와 이후 상황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링컨 장관은 이를 의식한듯 “이곳은 사이공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유일하게 패배한 베트남전 당시 미국이 벌인 탈출 작전과 다르다는 것을 항변한 것으로 읽힌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항복해 정권 이양을 전격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전날 대사관 직원 등 자국민과 그동안 미국과 함께 일한 현지인들 대피를 돕기 위해 기존 계획보다 1000명을 추가해 총 5000명의 미군을 공항 등에 배치하기로 했다. 앞서 7일 미국 대사관은 공지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상업용 비행기를 이용해서라도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미국뿐만 아니다. 독일은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자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과 직원 대피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은 군을 동원해 아프간 주재 대사와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대사관을 닫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아프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서부 헤라트를 장악한 후 순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20년 만에 탈레반의 나라 된 아프간

이로써 탈레반은 20년 만에 아프간을 되찾았다. 1994년 남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결성된 탈레반은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세력을 넓혀간 무장조직이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범행 배후인 알 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국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다만 이후 정부군 등과 20년간 전쟁을 이어가며 세력을 회복했다. 그러다가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총공세를 펼쳤고, 결국 이날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날 곧바로 권력 인수 준비에 들어갔다. 아프간 권력 이양기 과도정부 수반에는 내무장관을 지냈던 정치인이자 학자 알리 아흐마드 자랄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는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탈레반이 자랄리를 두고 수용할 만한 절충적인 인사로 본다는 것이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항복 선언 후 이미 나라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몰린 시민들이 출국 수속을 밟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탈레반, 아프간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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