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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단계인 핏 포 55(Fit For) 입법 패키지를 공개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인다는 의미다.
이같은 방안 발표 후 친환경 관련 주식은 하락 또는 횡보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인베스트 솔라 ETF(TAN),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ICLN)은 5.30%, 2.46% 각각 하락했다. 이미 예고된 이벤트인 만큼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관련주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안에서 도입하기로 한 탄소배출국경세는 이제 시작으로 갈수록 탄소배출 감축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이번 유럽의 탄소국경세 발표는 어찌 보면 바이오 기업에서 임상 1상 단계를 통과한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신약이 임상 1상, 2상, 최종 상업화까지 몇 단계를 거칠 때마다 관련주가 치솟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지역, 관세 품목, 탄소 가격 상승 등 단계를 거칠 때마다 친환경 혹은 저탄소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사실상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소 배출 관련 패널티가 확대되면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방식이 변화한다는 관측도 있다. 탄소 가격 상승은 곧 비용) 상승으로 연결돼 기업 이익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켐펜(Kempen) 캐피탈 인베스트먼트는 탄소 가격 상승에 따른 주가 하락 압력을 추정했는데, 2030년까지 탄소가격이 75달러/tCO₂로 상승한다면 글로벌 주식시장은 최대 20%의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150달러까지 오른다면 평균 41%까지 가치가 하락한다고 보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켐펜의 측정은 향후 투자기업 선정에서, 기후변화정책 강화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성을 시사한다”며 “예를 들어 친환경적인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면 일반에 비해 10년간 10~20%포인트의 상대수익 우위를 기록할 수 있는 것”라고 덧붙였다.
이에 친환경 관련주, 특히 탄소배출권 시장 자체에 투자하는 글로벌 탄소 상장지수펀드(ETF)(KRBN)나 탄소를 줄이는 기업을 모은 MSCI ACWI 저탄소 타깃 ETF(CRBN) 등이 추천된다.
실제 KRBN과 CRBN은 전날 각각 0.03% 오르고 0.07% 내리는 등 차익 실현 압박을 크게 받지 않았다. MSCI 기후변화 지수는 벤치마크로 볼 수 있는 MSCI 세계 지수를 지난 2019년부터 추월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는 탄소배출 절감에 성공하거나 저감기술이 있는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전망으로 저탄소 관련 ETF에 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배터리주도 주목…외국인 미리 담았다
이번 ‘핏 포 55’ 중 ‘신차 판매분의 CO₂배출을 2035년까지 제로(0)로 만든다’는 내용에 배터리주도 주목받고 있다.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차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새로운 목표치 달성을 위해 완성차 업체는 친환경 판매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며 “이는 국내 2차전지 및 수소차, 수소연료전지모듈 관련 업체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배터리 관련 주식들을 담고 있다. 최근 한 달(6월 15~7월 15일)간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SDI(006400)(44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431억원), 솔루스첨단소재(336370)(142억원) 등도 대거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