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죽인다” 장롱서 뛰쳐나온 전 남친, 징역 2년 6월 [그해 오늘]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16년 12월 15일. 전 여자친구의 집에 몰래 침입해 숨어 있다가 살해하려 한 A씨가 살인미수 등 혐의로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같은 날 전 여자친구 B씨의 집에 여러 차례 침입했음에도 별다른 법적 제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두 번째 침입에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A씨는 그 해 8월 교제하던 B씨와 결별한 상태였지만, 결별 후 B씨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을 목격하고 배신감에 휩싸였다. 이에 A씨는 2016년 9월 9일 B씨의 집에 침입했다가 경찰에 신고를 당했다.

A씨는 경찰 신고에도 범행을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신고한 B씨에 대한 앙심을 키웠다. 결국 A씨는 같은 날 저녁 몰래 갖고 있던 B씨의 집 열쇠로 문을 열고 또다시 집에 침입했다. 그렇게 다음날까지 B씨 집 장롱에 숨어 있던 A씨는 9월 10일 피해자가 집에 귀가하자 갑자기 뛰쳐나오며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죽여 버리겠다”, “오늘 다 죽인다”, “널 죽일 거야”라며 B씨의 복부와 허벅지 등에 상해를 입혔다. A씨는 피해자의 목에도 흉기를 휘두르며 상해를 입히려고 했지만, B씨는 흉기 날을 손으로 잡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다행히 B씨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에 A씨는 살인미수, 주거침입 등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판결문에서 밝힌 법률상 처단형은 최소 2년 6월에서 21년이었지만, A씨는 1심에서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흉기를 준비하고 장롱에 숨어있어 살인미수 범행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졌고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 이상의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해자와 합의하고 그가 A씨의 처벌을 원하고 있지 않는 점, 동거했던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배신감에 격분해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보이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 A씨는 ‘형량이 너무 높다’며 항소했고, 검찰도 항소했다. A씨는 2심 재판에서 범행 당시 “술을 마셨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2심 재판에서는 검찰과 A씨의 항소가 모두 기각돼 2년 6개월형이 확정됐다.

한편, 이 사건 당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기 전이었다. 이후 스토킹 관련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사회적인 논란이 되자 국회는 지난 2021년 4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이 법은 2021년 10월 시행됐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지난 8월까지 약 2년간 검거된 피의자들은 1만 8181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