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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평가는 노·사가 함께 참여해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해 근로자의 사망·부상·질병을 예방하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는 규제를 나열하고 못 지키면 처벌하는 산재 감축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위험성평가를 산재 감축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며 2025년까지 위험성평가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행 산안법은 위험성평가를 실시해도 고용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는 등 미비점이 많다.
위험성평가 미실시 사업주에 대한 벌칙이나 과태료 규정은 물론, 고용부의 사후 관리 규정조차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사업주들이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실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TF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TF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거나 형식이 미비한 사업주에게 500만~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초안”이라며 “상습적으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는 더 불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F는 산업안전과 관련된 근로자의 의무에 관한 과태료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산안법은 근로자가 안전· 보건 조치를 임의로 해제하거나,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위반 행위를 하면 근로감독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태료가 5만~15만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개정 방향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과태료 부과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지금도 산재에 대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상당하다”며 “위험성평가가 산업계 전반에 정착하기 전에 과태료 부담부터 생기면 버티지 못할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근로자 의무 강화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근로자가 개인보호구 착용을 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일탈로 볼 문제는 아니며, 현장 온도 조절·휴게시설 부족 등 사업장의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근로자에 전가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과태료를 부과하기엔 현재 위험성평가 기준이 모호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고용부가 고시 개정을 통해 위험성평가의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실시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면 행정소송이 남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TF 내에서 논의 중인 사안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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