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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박 씨와 같이 살던 친구 김모·안모(사건 당시 21세) 씨를 용의자로 긴급 체포했다.
박씨와 김 씨 그리고 안 씨는 모두 대구 출신으로 김 씨와 안 씨는 중학교 시절 학원에서 친구가 됐고, 박 씨는 김 씨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김 씨를 통해 안 씨를 알게 됐다. 동향 출신의 친구 사이인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 씨와 안 씨는 사건 발생 전해인 지난 2020년부터 박 씨를 본격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김 씨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학교 폭력 피해자인 박 씨의 약점을 파고들며 그에게 접근했다. 그러면서 박 씨를 정신적으로 지배하기 시작하며 수직적 종속 관계를 구축했다.
안 씨와 김 씨는 2020년 9월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박 씨를 협박해 허위 채무변제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청소기와 휴대전화 등으로 폭행까지 했다. 이후 박 씨 가족이 상해죄로 안 씨와 김 씨를 고소하자, 이들은 2021년 3월 말 보복과 금품 갈취 목적으로 고향에 있던 박 씨를 서울의 오피스텔로 데려가 감금했다. 이어 박 씨에게 고소 취하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고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경찰에 보내게 했다. 금품 578만 원도 빼앗았다.
안 씨와 김 씨는 박 씨가 숨지기 전까지 약 3개월 간 케이블 타이로 신체를 결박한 상태로 괴롭힘을 지속했다. 알몸에 물을 뿌리고 잠을 재우지 않았으며 식사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등 가학적인 형태의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피해자가 가혹 행위를 못 견디며 쓰러져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자 화장실에 가둔 채 가혹 행위를 지속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보복 감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씨와 안 씨는 1심과 2심에서 징역 30년 형을 선고 받았고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1·2심 재판부는 “인지 능력이 떨어져 거절을 잘 못하는 피해자의 특성을 악용해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며 “범행 수법도 피해자를 같은 인간으로 생각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학적이었고, 동영상으로 범행 장면을 촬영해 즐기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고 지적했다.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김 씨와 안 씨의 주장도 “박 씨는 사망 8일 전부터 기력 없이 화장실에 감금돼 있었고, 김 씨와 안 씨가 불러도 별 반응이 없었다”며 “피해자가 평소와 달리 거칠게 숨을 쉬고 있어서 정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 당시 법의학자들은 이 사건 피해자 사인에 대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기아사(飢餓死)”라는 소견을 밝혔다. 친구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사육이나 다름없는 인간 이하의 생활을 강요 당하던 박 씨는 영양 공급을 강제적으로 중단 당한 채 서서히 죽어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