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 "도로교통법도 위반"…차량집회 제한 근거는

장영락 기자I 2020.10.03 00:03:03

당국, 개천절 차량 드라이브스루 집회 원천 차단 방침
시위 개최 측 "위헌적 발상, 차량 단속 근거 없다"
경찰 "도로교통법 46조 위반, 벌점 부과"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개천절 보수집회가 개최 예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논란입니다. 광복절 집회 당시 집회금지명령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보수단체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소송을 냈습니다. 특히 드라이브 스루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는 주장이 보수 야권에서도 나옵니다.

◇“차량집회까지 제한, 위헌적”

광복절 집회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자 극우, 보수단체들과 거리두기에 힘을 썼던 국민의힘은 이번 개천절 집회에 대해서는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과도한 집회 제한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을 맡고있는 천하람 변호사는 아예 드라이브스루 집회 금지가 ‘위헌적 발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차량으로 움직이는 것까지 막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금지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천 변호사는 “방역당국에서 드라이브스루 집회를 무리하게 막으려고 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여기에 반발해서 오프라인 집회, 실제 대면집회 등 불법 집회로 이어지거나 그와 같은 반발이 나타날 수가 있다”며 당국의 억압(?) 때문에 생기는 일탈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최인식 8·15집회 비대위 사무총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개천절 집회 신고 접수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규모 집합 막을 길 없어, 도로교통법도 위반”

당국의 금지 조치를 지지하는 측의 생각은 다릅니다. 차량 집회를 말하지만 시위자가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여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차량에만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집회가 개별 참여가 아닌 ‘조직화’ 단계로 들어서는 순간 군중 집합은 피하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차량집회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감염병예방법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46조 1항은 ‘공동위험행위의 금지’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자동차 등의 운전자는 도로에서 2명 이상이 공동으로 2대 이상의 자동차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앞뒤로 또는 좌우로 줄지어 통행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차량을 줄지어 이동하면서 시위를 벌인다면 이 조항 위반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시위가 교통위험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공동위험행위’로 판단되면 차량시위에 나선 운전자에게 벌점 40점을 부과할 방침입니다. 또 교통경찰관의 해산명령 등 정당한 지시에 3회 이상 불응해도 벌점 40점이 부과돼 면허정지 사유가 됩니다.

차량집회 금지명령을 내린 방역당국 손을 들어주는 법원 판결도 한 차례 나왔습니다.

수원지법 제2행정부는 지난달 26일 성남 분당 서현동 주민 범대위(이하 범대위)가 제기한 ‘차량 행진 금지 통고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집회 내용이 신혼희망타운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들 집회라 정치집회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재판부는 차량으로 집회에 참여하더라도 대규모 집합을 피할 수 없다는 당국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차량을 통한 집회라 하더라도 그 준비나 관리, 해산 등 과정에서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질서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감염 확산으로 인한 피해는 심대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지난 광복절 집회 당시 서울행정법원이 중지명령 효력 중단 요청을 인용하면서 “감염 수칙이 지켜진다면 집단감염이 반드시 일어나리라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것과 크게 대조됩니다.

개천절 차량 집회를 예고한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유수지주차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정부의 ‘반미친중’ 정책을 규탄하는 카퍼레이드를 위해 출발 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초 코로나19 확산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도심 대규모 집회는 우리 사회의 식지 않는 ‘화두’가 돼 왔습니다. 논란 속에도 강행한 집회들이 별탈 없이 지나가는 듯하다 결국 광복절 집회 때 집단감염, 전국 재확산 사태라는 형태로 잠재된 문제가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 이전은 이제 없다’는 방역당국의 경고를 생각하면, 방역수칙의 생활화만큼이나 허용할 수 있는 집회·시위 방식에 대한 전사회적 합의 역시 절실해 보이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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