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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료실에서 성장이 더딘 아이들의 생활을 하나씩 따라가 보면,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장면이 나온다.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아이다.
키가 자라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꼽으라면 잠과 신체활동이다. 성장 호르몬은 깊은 잠에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분비되고, 뛰고 점프하는 운동은 성장판을 직접 자극한다. 이 두 가지는 아이가 무언가를 더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그냥 쓰기만 하면 자동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정확히 이 두 시간을 가져간다는 데 있다.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는 결과는 일관된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긴 아이일수록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고, 총 수면 시간이 짧으며, 신체활동량이 줄어든다. 화면에서 나오는 빛이 잠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늦추기 때문에 누워서도 쉽게 잠들지 못한다. 밖에서 뛰어놀던 시간은 앉아서 화면을 보는 시간으로 대체된다.
그러니 이것은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는 지금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자기 키가 자랄 시간을 맞바꾸고 있는 것이다. 매일 한 시간씩, 조용히 교환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환이 특히 뼈아픈 이유가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사춘기가 오기 전, 성장판이 가장 넉넉하게 열려 있는 구간이다. 무엇을 해도 결과로 남는 시기다. 하필 그 시기에 스마트폰이 들어온다. 성장에서 가장 값이 비싼 시간을 가장 헐값에 내주고 있는 셈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 주지 않는 것이다. 너무 단순해서 대책 같지 않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가장 효과가 확실하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스마트폰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연락이 목적이라면 통화만 되는 기기로도 충분하다. 한번 손에 쥐여 준 뒤에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 처음부터 주지 않는 쪽이 부모에게도 훨씬 수월하다.
이미 사 준 경우라면 사용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때 “적당히 해라”는 말은 효과가 없다. 명확한 선이 필요하다.
나는 초등학생에 한해서 밤 8시 이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8시에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으면 9시 무렵부터 몸이 잠들 준비를 시작하고, 10시 전에 잠들 수 있다. 성장 호르몬이 가장 활발하게 나오는 시간대를 온전히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10시까지 화면을 보고 있으면, 11시에 누워도 한참을 뒤척인다. 이 두 시간의 차이가 1년, 3년 쌓이면 결코 작지 않은 차이가 된다.
여기서 부모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벽이 있다. 우리 집만 8시에 끄면 아이가 억울해한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밤늦게까지 단체 대화방에서 이야기하고 게임을 하는데 우리 아이만 빠지면, 이것은 단순히 규칙을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관계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규칙이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한 가정의 힘으로 풀 수 없다. 같은 반 부모들이 함께 정해야 한다. 학기 초 학부모 모임에서, 반 단톡방에서 “우리 반은 밤 8시 이후에는 연락하지 않기로 하자”고 합의하면 된다. 규칙이 반 전체의 것이 되는 순간 아이는 억울하지 않다. 소외되는 아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의 키를 위해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이고, 운동을 시키고, 병원을 찾는다. 그 모든 노력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아이에게서 빠져나가고 있는 시간을 되찾아 주는 일이다.
키 성장은 타이밍이다. 그리고 지금 그 타이밍을 가장 조용히 가져가고 있는 것은, 아이 손에 들린 작은 화면이다.
![[성장 일기] '밤 8시 이후 스마트폰 금지'가 아이 키 성장에 중요한 이유](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08000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