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준비자산이 투명하게 공시되고, 단기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안전자산으로 구성된다면 이자 지급 자체가 곧바로 위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자’ 그 자체라기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안전장치와 감독 체계가 은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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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준비금을 국채처럼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구성하더라도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이 동시에 상환을 요구할 경우 발행주체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준비자산을 단기간에 처분하는 경우 시장이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다. 스테이블코인은 언제든 상환이 요구될 수 있는 단기 부채인 반면 준비자산의 상당 부분은 만기를 전제로 운용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대규모 상환 요구가 집중될 경우 자산 매각이 불가피해지고, 그 과정에서 가격 변동이나 결제 지연이 발생하면 1달러 고정 가치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자금 이동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이자 지급은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보유 자체로 수익을 기대하는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기능적으로는 은행 예금과 유사해진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은행과 동일한 자본 규제나 유동성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규제 강도에 차이가 존재한다면 자금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영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긴다. 위기 상황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격차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실제로 일반 은행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한국은행법 등에 근거해 중앙은행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이 마련돼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최근 해외 은행 불안 사례에서도 중앙은행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 불안의 확산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이러한 공적 안전망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는 제도 설계상 중요한 차이로 평가된다.
법적 측면에서도 이자 지급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 증권법에서 활용되는 하위 테스트(Howey Test)는 타인의 노력에 따른 수익 기대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투자계약’ 여부를 판단한다. 또한 리브스 테스트(Reves Test)는 원금과 이자를 약속한 채무가 단순한 거래상 채무인지 아니면 증권에 해당하는 채무증서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정적 이자를 약속하는 구조를 취할 경우 수익 기대라는 측면에서는 투자계약으로, 원금·이자 상환 약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채권형 증권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설계 방식에 따라 자본시장 규율의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 역시 스테이블코인이 예금 대체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을 경계한다. 또한 전자화폐토큰(e-money tokens)에 대해 이자나 이에 준하는 보수(remuneration) 제공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 체계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미래 금융 인프라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자라는 유인책보다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제도적 신뢰와 투명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동일한 리스크를 발생시키는 활동에는 그에 상응하는 규율이 필요하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적용 방식은 산업의 특성과 혁신의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 설계돼야 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논쟁은 결국 안정성이라는 견고한 토대와 혁신이라는 역동적인 가치 사이에서 미래 금융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균형점을 모색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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