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선원 태평양 한가운데서 살해된 `페스카마호 사건`
범인 조선족 선원 6명 폭행 시달리다 범행..1심 전원 사형
2심 무기로 감형..변호인은 인권변호사 문재인 前대통령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1997년 4월18일, 부산고법 형사2부 심리로 열린 ‘페스카마호 선상 살인사건’ 선고공판. 조선족 6명이 한국인을 포함해 11명을 배 위에서 살해한 사건이었다. 해상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선족 1명은 사형을, 나머지 5명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1심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은 데 반해 2심에서 상당수가 감형을 받은 것이다.
| 압송되는 주범 전재천씨.(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390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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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1996년 8월3일 태평양 한가운데서 발생했다. 온두라스 선적으로 참치 원양조업을 떠난 페스카마15호는 애초 예상보다 일찍 귀항하고 있었다. 배에는 선장을 비롯한 한국인 선원과 인도네시아인과 중국 국적의 조선족 선원이 타고 있었는데, 조선족 선원들이 조업을 거부한 것이 이른 귀항의 원인이었다. 이대로 조업할 수 없다고 판단한 한국인 선장은 외국인 선원을 교체해버리기로 하고 배를 돌린 것이다.
이 사실을 안 조선족 선원 6명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배를 타려고 거액의 빚을 냈는데 이대로 내리면 이 돈을 갚을 길이 없었다. 게다가 선장은 조업 중단에 따른 손해까지 물어내라고 하는 상황이었다. 극단에 몰린 조선족 선원은 차라리 배를 빼앗아 일본으로 밀입국하기로 모의했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선장과 항해사를 비롯한 한국인 선원을 처치해야 했다.
|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390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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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에서 선상에서 한국인 선원 7명과 인도네시아인 선원 3명, 조선족 선원 1명 등 모두 11명을 살해했다. 희생된 한국인 가운데 1명은 미성년자였다. 응급 환자로 이송 중이라서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조선족 1명은 범행에 가담하지 않아 화를 입었다.
조선족에게 점령당한 페스카마호는 일본에 가까워지고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배에서 살아남은 한국인 항해사의 기지 덕분이었다. 배를 몰 줄 몰랐던 조선족들은 한국인 항해사 1명을 살려두고서 일본으로 운항을 맡겼다. 이후 한국인 항해사는 배가 고장이 난 것처럼 꾸며 밀실로 조선족을 유인해 가뒀다. 일본 당국은 한국인 선원이 희생된 점을 고려해 배와 범인을 한국에 넘겼다. 조선족 6명에 대한 재판은 한국에서 이뤄졌다.
|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390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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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모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구타와 모멸 등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지만, 범행 수법과 잔혹성을 보면 법정 최고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1심 법원도 인정했듯이, 범행 동기는 이들이 선상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였다. 성과급이 아니라 월급을 받기로 근로계약을 맺었는데 정해진 시간 이상으로 노동을 강요받았다. 거부하자 폭언·폭행·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태업을 한 것인데 해고, 협박, 손해배상 요구 등에 시달렸다.
항소심은 형량을 완화했다. 주범 전재천씨만 사형을 유지하고 나머지 5명은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한 것이다. 항소심에서 이들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는 부산 지역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사형을 선고받은 전씨는 2007년 사면받아 무기수가 됐다. 사건에 연루된 6명은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