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시인의 동화 ‘짜장면’ 출간 인터뷰에서다. 아나운서는 직업 윤리로 말미암아 “자장면”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그 아나운서도 중국집을 찾아서는 “짜장면 주세요”를 외쳤으리라. 2009년 SBS 한 프로그램의 조사결과 국민의 91.8%가 ‘자장면’ 대신 ‘짜장면’을 쓰고 있었다.
|
당초 중국어 ‘炸醬’(zhajiang)에서 유래를 찾았던 지라 국립국어원은 ‘표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자장면만을 표준어로 인정해왔다. 비슷한 ‘짬뽕’은 표준어로 인정하면서 ‘짜장면’에서만큼은 물러서지 않았던 국립국어원과 기존의 언어 습관을 한순간에 부정당한 언중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했다.
짜장면을 표준어로 인정할지를 놓고 지난 2010년 2월에서야 국어심의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됐다. 이후 어문규범분과 전문소위원회가 구성됐고 각각의 항목에 대해 총 3회에 걸친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하는데 1년6개월이 더 소요됐다.
2011년 들어서는 변화의 조짐도 감지됐다. 당시 국립국어원 원장이던 권재일 서울대 언어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규범이 언어생활을 옥죄어서는 안 된다”라면서 “온 국민이 다 ‘짜장면’이라고 하고 있는데 규범은 ‘자장면’이다”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비표준어이나 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표준어보다 더 자주 쓰는 단어에 대해서 복수표준어를 삼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2011년 8월31일 짜장면과 함께 ‘간지럽히다’(간질이다), ‘허접쓰레기’(허섭스레기), ‘맨날’(만날), ‘복숭아뼈’(복사뼈), ‘묫자리’(묏자리) 등이 복수표준어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