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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풀 한 포기 서지 못한 척박한 등마루를 걷는 한 사람이 보인다. 지구땅이라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곳은 어디인가.
미국작가 케이시 맥키(42)는 현대인의 자기정체성에 관심이 많다. 소셜미디어라든가 신자유주의라든가 하는 사회·정치이슈를 끌어들여 ‘우리, 잘살고 있나’를 묻는 거다. 기법은 사진과 회화를 결합하는 방식. 주로 흑백사진을 출력해 유화물감으로 색을 입혀낸다.
‘그래서 세상은 널 찾지 않을 거다’(So the World Won’t Find You·2018)는 미국 소설가 E M 포스터의 SF소설 ‘기계가 멈추다’(1909)에서 모티브를 얻었단다. 한 세기도 전, 미래엔 소셜미디어에 의존한 소통만 남을 거라 예견한 문제작이다.
내 발 딛은 현실에서조차 멀어져 가는 세상이 사막에서 홀로 사투를 벌이는 우주인의 사정과 다를 게 없단 구상. 이보다 적나라할 순 없다.
10월 26일까지 경기 과천시 코오롱로 스페이스K서 로버트 프라이와 여는 2인전 ‘풀리지 않는 자아’(Unpacking Ego)에서 볼 수 있다. 사진·캔버스에 오일. 130×180㎝. 작가 소장. 스페이스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