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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성장의 관점에서 이 장면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성장호르몬은 하루 종일 조금씩 나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특히 잠든 후 처음 찾아오는 깊은 수면 단계에서 하루 분비량의 상당 부분이 쏟아져 나온다.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아이는 그날 받아야 할 성장호르몬의 몫을 고스란히 놓치는 셈이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이 깊은 잠을 이중으로 방해한다는 점이다. 첫째, 화면에서 나오는 밝은 빛이다. 우리 뇌는 어두워지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해 잠들 준비를 하는데, 밤에 눈 가까이에서 밝은 화면을 보면 뇌는 아직 낮이라고 착각한다.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서 잠드는 시간이 뒤로 밀린다.
둘째, 콘텐츠의 자극이다. 짧은 영상과 게임, 친구들과의 메시지는 뇌를 흥분 상태로 만든다. 불을 끄고 누워도 뇌는 한참 동안 쉽게 가라앉지 못한다.
셋째, 잠든 뒤에도 방해는 이어진다.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이 밤새 울리는 알림 진동에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이렇게 잘게 끊긴 잠에서는 깊은 수면 단계에 충분히 도달하기 어렵고, 성장호르몬 분비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자정을 넘겨 잠든 아이가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에 간다. 성장기 아이에게 권장되는 수면 시간은 초등학생 9~11시간, 청소년 8~10시간이다. 늦게 자는 습관이 쌓이면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되고, 이는 성장호르몬 분비 감소뿐 아니라 식욕 조절 호르몬의 교란, 소아비만, 집중력 저하로까지 이어진다. 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0년 가까이 진료실에서 지켜본 결론은 단순하다. “몇 시에 자라”는 잔소리보다 환경을 바꾸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잠들기 최소 두 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게 하고, 밤에는 스마트폰을 거실에서 충전하는 것을 가족 규칙으로 정하자.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부모가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이에게만 내려놓으라고 하면 규칙은 오래가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잠들기 전 한 시간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독서, 아이와의 짧은 대화로 채워 준다면 수면의 질은 한층 좋아진다.
아이의 키는 밤에 자란다. 오늘 밤 아이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무심히 지나치지 말자. 그 작은 화면이 아이가 자라야 할 시간을 조용히 훔쳐 가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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