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공공입찰 공정성 훼손…평가위원 공모의 '역설'

이선우 기자I 2025.09.28 06:00:00

신창열 한국마이스관광연구소장 / 관광학 박사

신창열 한국마이스관광연구소장 / 관광학 박사
정부·지자체, 공공기관 주최 행사 운영대행 용역 입찰의 공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절차의 공정성, 투명성 확보에만 급급한 나머지 정확한 평가의 전제인 전문성을 간과하는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평가위원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방식이 공공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입찰 심사를 위한 평가위원을 ‘공개 모집’ 방식으로 선발하고 있다. 공정성을 이유로 일정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고, 선정 과정을 공개하며 투명성 확보를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본래의 목적과 취지와 달리 평가위원 공개 모집은 오히려 불법행위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입찰 참가사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평가위원을 밀어 넣고 그 대가로 금품, 향응 등을 제공하는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급기야 돈을 받고 평가위원 모집 정보를 알려주는 온라인 사이트에 이어 평가위원을 대신 모아주겠다며 단계별 성과 보수를 요구하는 은밀한 제안도 등장했다. 업계에서 행사 기획·운영 역량보다 편을 들어줄 평가위원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는 게 수주 확률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비아냥 섞인 푸념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평가위원을 공모하는 방식은 평가의 전문성도 훼손하고 있다. 일정 자격 요건만 갖추면 평가위원 신청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춘 탓에 입찰 심사가 ‘합법적 부업’의 기회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강의 기회가 줄어든 대학 비전임 교수들이 공공 입찰 평가위원 모집에 대거 유입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입찰 참여기업과 평가위원 간 필요조건이 맞아떨어지고, 특정 기업에 점수 몰아주기가 가능한 자율 배점 평가 방식이 더해져 공공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공공입찰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 훼손에 따른 피해가 선량한 입찰 참여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민의 혈세인 공공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할 책임이 있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 발주기관을 거쳐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공모에 수백 명이 몰려도 상당수가 자격 미달이라 적격 인물을 추리는데 드는 발주기관의 행정력도 만만치 않다.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서울 등 일부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운영 중인 ‘전문가 풀 시스템’(expert pool system)이 그것이다. 사전에 검증된 전문가들로 평가위원 후보군을 설정하고 필요한 때마다 무작위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 역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후보군의 다양성과 정기적인 갱신 등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담보돼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후보군을 구성하기 위한 상시 투자도 수반돼야 한다.

공공 입찰의 취지와 목표는 공정한 경쟁이다. 그러나 현행 평가위원 공개 모집 방식은 본래의 의도와 달리 불공정을 스스로 구조화하고 있다. 아무리 명분과 취지가 좋은 제도라도 실제 운용 결과가 그렇지 않으면 과감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이것만이 공공 입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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