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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인프라는 한발 늦어”…‘애플리케이션’이 AI 투자 트렌드

박소영 기자I 2024.08.09 04:54:36

글로벌 VC들, AI 앱 관련 펀드 속속 조성
반대로 빅테크는 AI 인프라 투자에 집중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챗GPT가 유행처럼 번진 지난해에도 이미 인공지능(AI) 인프라에 투자하기엔 늦은 시점이었어요. 2019년이나 2020년부터 투자했어야 챗GPT 같은 성공 사례를 내놓을 수 있었거든요.”

글로벌 자본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실리콘밸리. 이곳에서 일하는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가 AI 투자 트렌드에 관해 전한 말이다. 이미 성공 사례가 나온 만큼, 지금 AI 인프라에 투자하면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다.

대신 그는 글로벌 투자사들이 최근 AI 애플리케이션(앱)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앱 서비스를 내놓는 회사에 투자해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자 투자사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VC들이 관련 펀드를 계속해서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어떤 AI 기업에 투자금이 쏠릴지 업계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8일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따르면 글로벌 VC들이 AI 앱 펀드를 속속 결성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상위 35개 VC들이 올해 1분기 51개의 관련 펀드를 결성했다고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개보다 훨씬 증가한 수치다.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AI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수록 투자 집행에 대한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기업 역시 자사 비즈니스 모델에 맞게 만들어지거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앱에 투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처럼 글로벌 VC들이 관련 펀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은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최근에는 멘로벤처스가 앤트로픽과 협력해 1억달러(1377억원) 규모의 앤쏠로지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멘로벤처스는 시드부터 후기 단계 이르는 AI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사안에 정통한 실리콘밸리 VC 한 관계자는 “AI 인프라는 쉽게 말해 오픈AI의 챗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이제는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은 인벤션 레이어를 의미하는 만큼, 자금이 많이 들고 이미 위너 플레이어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야”라며 “AI 앱은 이들 기술을 기초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투자사들이 넥스트 유니콘을 발굴하기에 적합한 분야”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또 다른 VC 관계자 역시 “대형언어모델(LLM)이나 AI 인프라 투자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B2C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 중 사용자 경험(UX)을 높인 업체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상반되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인프라 투자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메타는 상반기에만 1060억달러(약 146조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18개월간 관련 투자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하반기에만 상반기의 두 배에 달하는 자금이 AI 인프라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이 대대적으로 AI 인프라 투자에 뛰어들면서 일반 투자사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어졌다”며 “글로벌 VC들이 AI 앱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한 트렌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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