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숫자다. 56.5%는 HER2 저발현 유방암 환자에게 앤허투를 투여한 결과 나타난 객관적 반응률(ORR)이다. 61.8%는 HER2 초저발현군에게 투여한 앤허투 객관적 반응률이다. 모두 화학항암요법에서 나오는 32.2%를 압도한다. HER2는 암세포 표면에서 성장, 분열, 생존을 돕는 단백질이다. 즉, HER2가 조금만 발현돼도 높은 확률로 유방암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단 얘기다.
앤허투는 일본 다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앤허투는 HER2 수용체를 과발현하는 암세포를 표적·살상한다.
놀라운 것은 루닛(328130)이 유방암 치료에서 HER2 치료제 확장을 정확하게 미리 읽어냈다는 점이다. 루닛은 이번 ASCO에서 HER2 저발현군을 인공지능(AI)으로 선별하는 임상연구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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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시카고 현장에서 HER2 저발현군 선별 AI 모델 개발을 진두지휘한 안창호 루닛 의료부문 총괄(내분비내과 전문의)을 인터뷰했다.
◇“ 의사 눈으로 HER 저발현 환자 선별 쉽지 않아”
안창호 총괄은 “HER2는 유방암에서 중요한 표적”이라면서 “과거엔 허셉틴으로 HER2를 표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셉틴은 HER2의 0-3단계 중 3플러스(+) 단계 이상에서만 투약했다”면서 “2단계의 경우 추가 검사를 통해 HER2 발현이 더 확인되면 허셉틴을 투약하는 식이었다. 즉, 과거엔 병리학에서 HER2 판독에 ‘3+’ 여부가 투약 기준점으로 매우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HER2는 0(음성), 1+(음성), 2+(불확실, 경계), 3+(양성) 등 4단계로 구분된다.
하지만 최근엔 HER2 표적 치료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안 총괄은 “최근 HER2 3+ 환자뿐만 아니라 2+ 심지어 1+ 환자에게도 앤허투 약효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오고 있다”면서 “나아가서 울트라 로우(초저발현) HER2 환자에서도 앤허투 투약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가 보고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는 새로운 약물(앤허투)이 나오면서 3+보다 낮은 단계에서도 약을 쓸 수 있게 됐다”면서 “저발현 HER2 환자군에서 진짜 음성 환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정리했다.
문제는 HER2 저발현군을 기존 병리학에서 선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병리과 의사 또는 병리학 교수 대부분이 HER2 ‘3+’ 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병리과 의사 상당 수가 3+ 판별을 놓고 트레이닝(훈련)을 받은 결과다. 실제 병리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0, 울트라로우, 1+, 2+ 등을 구분하는 데 있어 상당한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 AI 모델, HER2 4단계를 100단계로 촘촘히 구분
그는 “루닛은 이런 현실 속에서 AI 시스템이 도움을 준다면 더 정확하게, 더 재현성 있게, 더 편차가 적게 HER2 분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시스템 개발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AI는 HER2 판별에서 발군의 실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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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총괄은 “환자 하나의 조직 슬라이드에 수십만 개의 세포가 있다”면서 “AI를 이용하면 세포마다 0에서 100점 사이 HER2가 얼마나 발현하는지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눈으로는 11점과 12점의 HER2를 다르게 인식하기 어렵다”며 “AI는 보다 세밀한 분석이 가능하다”고 비교했다.
그 결과, HER2 음성(0)으로 판독받은 환자 347명 중 82명(23.6%)이 AI 판독 결과 초저발현군(울트라 로우)으로 확인됐다. 과거엔 화학항암요법만 가능하다고 분류됐던 환자들이 AI에 의해 HER2 표적 치료제 투약이 가능한 환자군으로 재분류됐다.
그는 그래프를 손으로 가리키며 “병리과 의사들이 HER2 1+와 HER2 제로(0)로 판독한 그래프”라며 “의사들은 단순하게 2단계로 구분했지만, AI 모델로 분석할 결과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온다”고 비교했다.
루닛은 HER2 모델을 개발하는 데 6188개의 임상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 연구에 153명의 병리학자가 참여했다.
안 총괄은 “우리 연구가 완결성을 가지기 위해선 루닛이 1+, 울트라 로우로 판독한 저발현 HER2 환자에게 앤허투를 투약하고, 효능까지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유방암 치료 양상이 바뀌고 있고, HER2 치료 범위가 확장하는 상황에서 루닛 AI 모델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