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농단 사건의 또 다른 주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간인인 최 씨와 달리 사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공무원, 더욱이 국정 최고 책임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인 최씨보다 형량이 더 무거울 수 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모두 18개의 혐의를 적용해 2017년 4월 그를 구속기소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게 했다는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삼성에 승마 지원금 등을 요구했다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이었다. 이 가운데 13개 혐의가 최 씨와 겹쳤다.
검찰은 이날 1심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한 적 없는 비선 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은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기록되겠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며 “이 같은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에서 보여 준 불성실한 태도도 비판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최 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는데도 오히려 ‘정치 공세’라고 비난하며 온 국민을 기만했고, 재판 도중 법원이 구속영장을 새로 발부하자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했다”고 했다.
2017년 10월 법원의 구속 기간 연장에 반발해 이후 재판을 ‘보이콧’한 박 전 대통령 없이 진행된 이날 결심 공판에는 한동훈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현 법무부 장관)이 직접 출석했다. 한 차장검사는 같은 해 4월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공판에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한 차장검사의 재판 출석은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현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사안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지검장은 “끝까지 최선을, 정성을 다하자”며 한 차장검사의 재판 출석을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 받았고 재상고심까지 간 끝에 2021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벌금 180억 원이 확정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2021년 12월 24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돼 같은 해 12월 31일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이후 4년 9개월 만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