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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반도체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적 반도체 공급난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 초인플레이션 우려 등 여러 외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이같은 이유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직전 분기에 발표한 기존 13.6%에서 7.4%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지난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 26.3%와 비교해 대폭 낮아진 수준이다.
인텔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 실적 전망도 최근 경기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올해 연간 매출 목표치를 당초 내놓은 것보다 14조원 이상 하향 조정했다. 엔비디아도 2분기 매출이 67억달러(약 8조7000억원)로, 시장 전망치인 81억달러(약 10조5000억원)보다 17% 낮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우리 기업들 역시 2분기 실적발표에서 이 같은 대외 악재를 언급한 바 있다. 특히 D램값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반도체 겨울’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IBK투자증권은 “PC시장은 특히 소비자, 교육시장에서 수요가 둔화됐고 코로나로 인한 중국지역 봉쇄로 모바일 시장이 둔화됐다”면서도 “기업 시장은 유일하게 전망이 밝으며 올해 하반기까지 안정적인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대외 상황이 유지될 경우 기업 시장의 둔화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은 낸드 시장이다. 메모리업체들은 특히나 고부가가치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개발·양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eSSD는 기업의 대규모 서버 및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저장장치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2분기에 D램 제품 가격은 하락했지만 낸드 가격이 상승했고 전체적인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늘었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낸드는 PC와 모바일 등 컨슈머 제품이라 수요가 약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엔드유저의 고용량 제품 니즈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최근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낸드 적층경쟁이 치열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술력으로 고객사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낸드 제품의 원가 절감과 공정 개선이 앞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일 세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PC 저장장치인 클라이언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cSSD)에 들어가는 238단 제품을 먼저 공급하고 이후 스마트폰용과 서버용 고용량 SSD 등으로 제품 활용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로 세계 5위를 기록하는 마이크론은 앞서 232단 낸드를 개발에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은 이어 데이터센터용 176단 낸드플래시 SATA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5400을 출시했다.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단을 높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제품 성능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를 내다보고 고객사 입장에서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 이동·저장·처리·관리 최적화 솔루션을 마련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eSSD 등 고부가 낸드제품의 각사 매출 비중을 통해 향후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의 28%를 차지하는 낸드 부문은 하반기 20% 이상 가격이 하락해도 원가구조 개선 효과로 영업이익률이 20% 이상 유지될 것”이라며 “4분기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