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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내년 판매목표 올해 수준 될듯 “양적 성장보다 내실 다지기”

김형욱 기자I 2015.12.14 02:41:18

내후년 다시 양·질 속도전.. 2018년 900만대 생산
14~15일 정몽구 회장 주재 해외법인장회의 열어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내년 판매목표를 올해와 비슷한 820만대 수준으로 내놓을 전망이다. 내년에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지는 만큼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대차(005380) 중국 4~5공장과 기아차(000270) 미국 신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내후년부터는 양·질적 동시 성장을 위해 총공세를 펼쳐야 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내년도 경영 전략의 방침을 양보다는 내실로 잡고 세부 조율 중이다. 이는 정몽구 회장이 최종 확정 후 내년 1월4일 시무식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2015년은 전망치. 1~11월 판매량 719만대. 2016년 역시 업계 전망치. 공식 사업계획은 미확정. 현대·기아차 제공
◇10여년 고속성장 끝.. 속도도절 나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2년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271만대에서 12년 후인 지난해 801만대까지 3배 남짓 고속성장해 왔다. 연평균 성장률은 9.4%다. 중국을 중심으로 미국, 유럽, 러시아, 브라질 등에 공격적인 현지 공장 건설 정책이 주효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러나 지난해부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해 초 목표를 786만대로 전년(756만대)보다 3.97% 높여 잡는 데 그쳤다. 판매목표를 4% 미만으로 잡은 건 2003년(2.3%) 이후 처음이었다. 지난해는 결국 목표를 초과달성하며 801만대를 넘어섰으나 올해 목표 역시 820만대로 2.4% 늘려 잡는데 그쳤다.

시장 상황이 어려우리란 예상은 적중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의 성장세를 마감하고 올 11월까지 마이너스 성장했다. 현대·기아차의 1~11월 판매량은 719만대(현대차 444만·기아차 274만)로 전년(725만대)보다 0.8% 줄었다.

올 초 들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부터 성장세가 둔화했다. 대도시는 포화했고 중소도시는 저가 중국차가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외자 브랜드가 고전했다. 미국 양적 완화 우려 등 외부적 요인으로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도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820만대를 목표 달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올 10월 이후 중국 판매 회복세와 함께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지만 이달 역대 최대 수준의 월간 판매량을 기록하더라도 지난해와 비슷한 800만대를 조금 웃도는 게 전부다. 게다가 현대·기아차는 이달에도 목표 달성만을 위한 무리한 인센티브를 적용치 않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열린 제네시스 EQ900 발표회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 모터스포츠 팀이 이달 초 공개한 i20 월드 랠리카 신모델.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대회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내년 시즌 우승을 노리는 동시에 201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고성능 브랜드 ‘N’의 기술적 기반이 될 모델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제공
◇‘이젠 양보다 질’.. 고급·미래차에 올인

현대차그룹은 그 대신 내실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 9월과 11월에 연이어 고성능 브랜드 ‘N’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새로이 내놨다. 또 이달 초 당장 제네시스의 첫 모델인 대형 세단 EQ900(국외명 G90)을 내놨다. G90은 내년 초 그동안 난공불락이었던 미국, 그리고 유럽 고급차 시장까지 문을 두드린다.

현대차는 2017년께 N의 첫 모델과 제네시스의 중형 세단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려면 당장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또 다른 과제인 친환경차와 무인차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현대차는 내년 1월 첫 친환경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을, 기아차도 상반기 중 ‘니로’를 선보인다. 두 차종 모두 하이브리드와 전기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세 가지 모델로 나온다. 당장의 판매량은 물론 각국의 환경 규제에 맞춰 브랜드의 친환경 이미지와 시장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애플·구글·삼성 등 IT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무인차(자율주행차) 기술도 중요한 과제이다.

현대차그룹도 2012년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자동차용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에 나서고 조 단위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애플·구글이 2020년 무인차 출시를 목표로 내걸었고, 벤츠나 BMW, 볼보 등은 이미 고급차에 주요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이달 초 이 분야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는 등 공세에 나섰다.

현대·기아차 역시 이달 선보인 EQ900엔 고속도로 자율주행 장치(HDA)를 내놓는가 하며 이미 대부분의 중대형차에 초기 단계의 자율주행 기술을 옵션으로 제공하는 등 경쟁에 나선 상태지만 아직 선두권은 아니다.

기아자동차가 내년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인 첫 친환경 전용 소형 SUV 니로 렌더링(그래픽) 이미지. 기아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첫 친환경 전용차 아이오닉 실루엣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
◇2017년 이후 양·질적 성장 동시에 추구

현대차는 내년 한 해 내실을 다짐으로써 내후년부터 외적인 결과물을 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양·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르다.

우선 양적인 성장을 다시 시작한다. 현재 짓고 있는 현대차 4~5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17년 초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100% 가동을 시작하는 2018년에는 생산능력이 현재보다 연 90만대 전후 늘며 총 910만대가 된다. 현재 연 최대 생산능력은 100% 가동률 기준으로 820만대 전후다.

부담도 있다. 생산능력이 늘어난다는 건 더 팔 수 있다는 점에선 좋다. 그러나 반대로 그만큼 더 팔아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자동차 회사에 수익성의 핵심은 가동률이다.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생산능력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높은 가동률을 유지해 온 덕분이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자동차 회사로서도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이런 성공이 언제까지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현대·기아차는 그럼에도 현재 짓고 있는 공장 외에도 3개 이상의 공장을 추가로 지어 연 100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지난해 연 1000만대를 달성한 폭스바겐·GM과 함께 세계 톱3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현재 현대차 미국 2공장과 인도 3공장, 기아차 중국 4공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때마침 고성능·고급 신차가 차례로 나오기 시작한다. EQ900은 에쿠스 후속으로 출시하는 만큼 제네시스의 진면모는 현재 개발에 들어가는 2017년 이후 출시 모델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당장은 렉서스나 인피니티, 어큐라(혼다) 같은 30년 남짓 역사의 일본 고급 브랜드를, 궁극적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같은 100여년 역사의 독일 자동차 브랜드와도 진검승부할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의 성장 원동력이 돼 온 신흥시장 중심의 양적 성장과 함께 신흥 기업의 추격을 피하기 위한 질적 성장을 준비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내년부터 2~3년은 현대·기아차의 20~30년 후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 3월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 건설현장을 찾은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지난달 4일 제네시스 브랜드를 소개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올 3월 기아자동차의 중국 전략 소형 SUV KX3 현지 발표회 모습. 기아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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