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하락조정..키프로스 `반짝재료` 그쳐

이정훈 기자I 2013.03.26 05:05:05

3대지수 1%미만 하락..유로그룹 의장 발언 `악재`
산업재-소재주 약세..델-애플, M&A재료에 상승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또다시 하루만에 조정을 받았다. 키프로스 지원 타결이 반짝 재료에 그쳤고, 오히려 키프로스식 구제금융이 확대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차익매물을 유발시켰다.

25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64.28포인트, 0.44% 하락한 1만447.75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9.70포인트, 0.30% 떨어진 3235.30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5.19포인트, 0.33% 낮은 1551.70을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미국과 유로존에서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부재한 가운데 전날밤 키프로스가 100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국제 채권단과 합의하면서 우려가 한풀 꺾인 것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불과 2포인트 차이로 다가서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키프로스의 디폴트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유로그룹 의장이 키프로스식 구제금융이 다른 유로존에도 확대 적용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시장 우려를 오히려 키웠고, 이는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또 기대를 모았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간의 회동과 런던비즈니스 스쿨에서의 패널 토의는 주로 환율전쟁에 대한 발언만 나와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소재와 산업재 관련주들이 약했다. 페이스북은 미국 당국이 나스닥OMX의 전산오류로 인한 피해보상을 승인했지만 주가는 2.33% 하락하고 말았다. 블랙베리는 이날도 ‘Z10’ 스마트폰의 판매 부진 우려에 4% 이상 추락했다.

반면 소매업체인 달러제너럴은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으로 인해 2.1% 상승했고 아폴로그룹도 실적 호조를 등에 업고 7% 이상 급등했다. 델은 블랙스톤과 칼아이칸 등이 인수 제의를 추가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3% 가까이 상승세를 탔고, 애플도 와이파이슬램사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0.36% 올랐다.

◇ 버냉키 “선진국 부양책, 주변국들에 혜택”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연준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조치가 통화를 평가절하시키기 위한 정책이 아니며 오히려 주변국에게 이득을 주는 정책이라고 옹호했다.

영국을 방문중인 버냉키 의장은 이날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의 강연을 통해 “연준의 양적완화는 달러화를 평가절하시켜 주변국가들에게 피해를 주는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 정책이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히려 “이같은 부양정책으로 인해 경제 성장세가 더 강해지면서 이들 국가와 교역하는 주요 파트너들에게 그 혜택이 전이되는 효과도 있다”며 이는 근린궁핍화가 아니라 근린부유화(enhance-thy-neighbor)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적완화 조치와 낮은 금리로 인해 미국과 유로존, 일본의 경제성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경제규모가 작은 국가들이 궁극적으로 그 혜택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거의 모든 주요 7개국(G7) 산업국가들은 현재 비슷한 완화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가지고 있으며, 오히려 이로 인해 이들 국가들의 환율이 크게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환율전쟁이라는 용어 자체가 과장됐다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이어 “설령 이같은 부양정책으로 인해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가 절상된다해도 이같은 부정적 영향은 선진국 경제 수요 증가라는 긍정적인 효과와 충분히 상쇄돼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 패널로 참석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10~20년간 유로존이 본질적인 성장세를 유지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재정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유럽은 성장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유로그룹 의장 “키프로스式 구제금융, 타국가로 확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모임) 의장이 부실 은행을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예금자들에게도 손실을 부담시키는 키프로스식 구제금융이 유로존 전체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키프로스는 특수한 케이스”라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키프로스 구제금융은 유로존 은행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본보기(template)가 될 것”이라며 이같은 뜻을 강력히 밝혔다. 그는 이날 키프로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밤 우리가 한 일은 위험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뒤로 밀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어떤 은행에 위험이 있다면 우리는 우선 ‘좋다. 은행에 있는 당신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물을 것”이라며 “이후 은행 스스로가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주주와 채권자들과 자본 확충에 기여하라고 요청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고액 예금자들에게도 이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는 은행권 부실에 따른 구제금융을 지원할 때 은행 스스로가 구조조정과 자본 확충에 나서도록 하되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주주와 채권자, 고액 예금자들에게도 손실 부담을 요구하는 키프로스 방식의 구제금융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데이셀블룸 의장은 ‘이같은 키프로스 구제금융 방식이 룩셈부르크와 말타 등 은행 부채가 높은 유로존 국가들과 슬로베니아 등 은행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들 국가들도 은행들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답해 이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으로 인해 유럽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자 유로그룹은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고 “전날 합의된 키프로스 구제금융은 예외적인 어려움에 따른 특수한 케이스”라며 확대 적용은 없을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 더들리 총재 “고용경기 추락할수도..부양기조 고수”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재정정책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미국 고용경기 회복세가 다시 주저앉을 위험이 있다며 기존 부양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다.

더들리 총재는 뉴욕경제인클럽 강연에서 “의회가 재정정책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연준은 기존 양적완화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재정정책은 오히려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고 이는 연준이 매달 850억달러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도록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상적으로 보면 재정정책은 경제 불확실성을 줄이고 가계와 기업들에게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는 확신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비농업 취업자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그 증가폭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일 뿐”이라며 “실제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이런 식으로 고용이 늘었다고 다시 주저 앉은 적이 있었는데, 올해 성장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위험은 여전하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 경제는 1분기에 반등할 것이지만 일시적 요인들이 큰 것으로 본다”며 “실제 재정지출 감축이 성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결과적으로 노동시장 전망에서 본질적인 개선이 있을지 판단하기에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준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은 아직까지는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도 했다.

◇ 무디스 “키프로스, 유로존 탈퇴위험 여전해”

키프로스가 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안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유로존에서 탈퇴할 위험에 처해있다고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전망했다.

사라 칼슨 무디스사 국가신용등급 담당 부사장은 이날 “키프로스의 금융위기는 국가 신용등급에 장기적으로 심대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채무 불이행(디폴트)과 유로존 이탈 우려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 채권단이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대신 키프로스가 대형 은행을 청산하고 예금에 대해 과세하기로 한 조치들은 이미 금융부문 명성과 사업모델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도 국가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해왔던 키프로스 금융시스템 역시 이번 위기 이후 앞으로는 역외 금융중심지로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는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야기할 것이라고 봤다.

칼슨 부사장은 또 “키프로스의 미래 성장이 어디에서 올지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외 가스전 개발이 성장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앞으로 2~3년간에는 구체적으로 현실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야후, ‘뉴스요약 앱 개발사’ 섬리 인수

미국 최대 인터넷 포탈인 야후가 뉴스를 요약 정리해주는 앱을 개발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업체인 섬리(Summly)를 인수하기로 했다.

야후는 이날 섬리사를 인수하기로 했다며 인수 딜은 2분기중에 종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수금액을 비롯한 구체적인 금융거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섬리는 ‘인터넷 소년 천재’로 불리는 10대인 닉 달로이시오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회사로, 달로이시오 CEO는 뉴스를 간단하게 요약해주고 앱을 열 때마다 관심기사를 미리 요약 정리해서 보여주는 섬리 앱을 개발해 주목받았다.

야후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섬리 앱은 정보 요약을 통해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이 원하는 뉴스나 정보를 그 이전보다 빨리, 보다 단순하고도 멋진 방식으로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야후가 섬리를 인수한 뒤에는 섬리 앱은 폐쇄되고, 앱에 사용된 기술은 야후가 취득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달로이시오 CEO와 섬리 개발팀도 몇 주일내로 야후에 합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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