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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일기] '키 크는 약보다 중요한 것은 사춘기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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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9.26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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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성장 일기] '키 크는 약보다 중요한 것은  사춘기 관리'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진료실에서 부모님들을 만나다 보면 “키 크는 약은 없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우리 아이 사춘기가 언제 시작됐나요”라는 질문이다. 키 성장에서 사춘기 시작 시점은 최종 키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0년 가까이 아이들의 키를 진료해 오면서, 결국 성장의 승부는 유전도 노력도 아닌, 사춘기 ‘타이밍’에서 갈린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사춘기는 성장의 ‘가속 페달’이자 동시에 ‘종료 버튼’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이 함께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키가 빠르게 큰다. 그러나 동시에 성호르몬은 성장판, 즉 골단선을 서서히 닫는 역할도 한다. 사춘기가 일찍 시작될수록 짧고 굵게 크고 빨리 멈추며, 늦게 시작될수록 천천히 오래 클 수 있는 시간을 번다. 결국 사춘기 시작 시점이 이르냐 늦냐에 따라 같은 노력을 들이고도 최종 키가 몇 센티미터씩 갈리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사춘기 시작 연령이 계속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화된 식습관, 야간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인한 수면 부족, 환경호르몬 노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아는 만 8세,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성조숙증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소아 성조숙증 진료 인원은 최근 몇 년 새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또래보다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비만 경향을 보이는 아이일수록 성호르몬 분비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 체형 관리 역시 사춘기 타이밍을 지키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더 큰 문제는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가 또래보다 크니까 괜찮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춘기가 일찍 온 아이는 초반에는 또래보다 커 보이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히면서 최종 키는 오히려 또래보다 작아지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사춘기 타이밍을 지키는 것이 곧 키를 지키는 일이다. 여아의 가슴 몽우리, 남아의 고환 크기 변화 등 2차 성징의 첫 징후가 보이면 늦지 않게 성장 클리닉을 찾아 골연령과 성호르몬 수치를 확인해 보길 권한다. 단순히 “빠른가 늦은가”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금부터 예상되는 성장판이 닫히는 시점까지 남은 기간을 역산해 그 안에서 무엇을 우선순위로 관리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춘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 성장판이 닫히기 전 남은 시간 동안 식습관과 수면, 운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반대로 정상 범위라면 불필요한 걱정 없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 된다.

결국 키 성장은 ‘얼마나 열심히’가 아니라 ‘언제’의 문제다. 특히 초등학교 3~4학년 무렵부터는 몸의 작은 변화도 눈여겨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내 아이의 사춘기 시계가 지금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것, 그것이 키 성장 관리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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