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태 이뮨온시아 대표 "독보적 항암제, 2026년 기술이전"

석지헌 기자I 2024.11.13 09:40:32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이미 포화 시장인 PD-L1(암세포의 표면이나 조혈세포에 있는 단백질) 항체 치료제 개발에 왜 뛰어드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PD-1, PD-L1과 같은 치료제는 ‘기축통화’라 생각합니다. 시장 수요는 꾸준하고 미래 확장성도 무한합니다. 지난해만 해도 PD-L1 관련 빅딜이 3건이나 있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김흥태 이뮨온시아 대표.(제공= 이뮨온시아)
김흥태 이뮨온시아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2026년 글로벌 기술이전을 시작으로 매년 이벤트가 있는 회사가 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 이뮨온시아는 2016년 9월 유한양행(000100)과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유한양행 지분율이 67%에 달하며, 두 회사는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지난 4월 기술성 평과를 통과한 후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김 대표는 서울대 의대, 서울대병원 내과 전공의, 종양내과 전임의를 거쳐 2004년부터는 국립암센터 폐암센터에서 근무했다. 30년 가까이 종양내과 전문의로 경험을 쌓은 국내 폐암 권위자다.

◇“압도적 데이터로 PD-L1 시장 진입”

이뮨온시아의 대표 파이프라인은 항 PD-L1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IMC-001’이다. PD-L1 시장에는 로슈의 ‘티센트릭’, 머크와 화이자의 ‘바벤시오’,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여기서 희귀암인 NK/T 세포림프종을 적응증으로 선정했다. 틈새시장을 공략해 독보적 입지를 다진 후, 적응증 확대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단 전략이다.

실제 이뮨온시아는 임상 2상에서 객관적 반응률(ORR) 79%, 완전반응률(CRR) 58%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적응증을 가진 경쟁 물질이자, 지난해 10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한 중국 제약사 시스톤파마슈티컬스의 ‘수게말리맙’(Sugemalimab)의 경우 ORR 45%, CRR 36%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다.

또 다른 중요한 유효성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기간(OS)도 1년 생존율 85%, 2년 생존율 75%를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게말리맙은 1년 생존율 68%, 18개월 생존율은 58%로 나타났다. 여기다 1년 이상 장기 투여 환자 10명에서 독성반응이 전혀 관찰되지 않아 안전하면서도 우수한 효능을 지닌 약물임이 입증됐다는 설명이다.

이뮨온시아는 IMC-001에 대한 임상 2상 최종결과보고서(CSR)를 내년 5월 수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SR 수령 후 2026년에는 글로벌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며, 상용화 시기는 2029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IMC-001의 국내 판권은 유한양행이 보유하고 있다.

NK/T 세포림프종은 표준 치료법이 없고 2년 내 재발률이 75%에 달하는 희귀난치성 혈액암이다. 전 세계 연간 신규 환자 수는 3만7000여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연간 500명, 중국은 연간 9000명 등의 환자가 발생한다. 여기에 일본, 홍콩 등 극동 아시아와 남미지역에서 발생 빈도가 높다.

김 대표는 “IMC-001은 2029년 상용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전까지는 적응증 확장을 통한 기술이전 계약으로 매출을 내는 등 매년 이벤트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미 지난 6월 IMC-001의 적응증 확장을 위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두 번째 적응증은 ‘높은 종양변이부담’(TMB-high)을 가진 고형암이다. 내년 2분기 해당 적응증에 대한 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기술이전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최근에는 TMB-high와 같은 특정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하는 암종불문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TMB-high 고형암은 전체 고형암 환자의 약 13%를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키트루다만 유일하게 승인을 받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 어렵다는 CD47, 안전성 입증

이뮨온시아의 또 다른 파이프라인은 CD47 인자를 타깃하는 단클론항체 ‘IMC-002’다. 고형암 대상 임상 1a상에서 안전성을 입증했다. CD47은 암표면에 존재하며 암 세포 사멸을 막는 신호전달에 있어 중요한 분자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분자는 암세포 외에도 정상세포 표면에도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CD47을 표적하는 항체는 혈구세포에 결합해 대식세포에 의한 세포 사멸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CD47 면역항암제는 빈혈, 혈소판 감소증 등의 부작용 발생 우려가 높다고 알려진다. 실제 길리어드와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약물이 적혈구와 결합하는 이슈를 해소하지 못해 CD47 면역항암제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IMC-002는 CD47이 대식세포에 보내는 특정 신호를 차단한다. 이는 대식세포가 혼란 신호를 뚫고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여기에 적혈구 등 정상세포에 있는 인자와는 결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이뮨온시아는 2021년 3D메디슨과 5400억원 규모로 중국 지역에 대한 IMC-002의 기술수출 계약 체결했다.

IMC-002는 임상 1a상에서 질병조절률(DCR) 50%, 안정병변이 6개월 이상 지속된 임상적 이득률(CBR) 33%를 기록했다. 경쟁약물로 선정한 길리어드의 ‘매그롤리맙’과 비교했을 때 적혈구와 정상세포 결합이 거의 없으며 용혈반응 등도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빅파마들도 넘지 못한 안전성 문턱을 넘겼다는 평가다. 다만 기술 도입을 한 3D메디슨은 현재 이뮨온이사아 1b상 결과까지 지켜본 후 개발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단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심각한 부작용 이슈로 빅파마들이 연달아 개발을 중단한 여파로 해석된다.

이뮨온시아는 기술이전을 넘어 약물이 상용화된 후 실제 환자에게 쓰이는 여정까지 함께하는 바이오 벤처가 되겠단 목표다. 김 대표는 “진정한 신약 개발은 약이 출시돼 환자들에게 쓰이고 효과도 있어야 한다”며 “기술이전만 하고 끝나는 회사가 아닌, 상용화를 통해 매출을 내는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