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양자 회담을 갖는다. 회담은 차담 형식이고 양측에서 참모들이 3명씩 배석한다. 의제를 제한하지 않기로 한데다 1시간을 기본으로 잡은 회담 시간도 논의가 길어지면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의 첫 만남이지만 양측이 마음먹기에 따라 허심탄회하게 국정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주당이 3차례 실무회담에서 10여 가지 의제에 대한 대통령실의 답을 촉구한 데서 읽을 수 있듯 이 대표와 민주당이 올리려는 것들은 국정 기조 전환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이르기까지 수두룩하다. 대통령실 주변에서 압박이나 백기 투항 요구와 마찬가지라는 반발이 제기된 이유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현안 하나하나에 대한 세부 합의가 아니다. 여야 극한 대치와 소모적 정쟁을 끝낼 수 있도록 협치에 뜻을 같이하고 기본 틀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4·10 총선에서 175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협조 없인 남은 임기 3년간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 수 없는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만남이 이 대표와 민주당을 설득하고 협치의 장을 만들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오만과 불통 대신 대화와 타협을 우선하는 지도자로 이미지를 바꾸고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협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경계해야 할 것은 분명 있다. 국민 1인당 25만 원씩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3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는 게 단적인 예다.
이 대표는 “민생이 참혹하다”고 말하지만 1127조 원의 나랏빚과 3%대의 물가 불안, 그리고 국가재정법 등을 감안하면 민생지원금은 문제투성이다. 무엇보다 추경 요건상의 경기 침체, 대량 실업과 같은 중대한 변화가 닥쳤다고 보기 어렵다. 수출과 내수 회복으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3%에 달했을 만큼 깜짝 실적을 보인 상황에서의 돈 뿌리기는 물가를 춤추게 할 우려가 더 크다. 설령 ‘빈손 회담’ 비판을 듣는다 해도 포퓰리즘 합의를 성과물로 내미는 것보다는 낫다. 양측이 통 크게 협조할 의제는 의료 개혁 등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