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 5대 의료기기 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규모가 크고, 시장 성장률 또한 중국,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보험 수가가 국내보다 높게 책정된 부분도 국내 AI 의료기기 업체들이 일본에 눈독들이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28일 AI 의료업계에 따르면 최근 뷰노가 일본에서 AI 기반 흉부 CT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으로 급여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이로써 시가총액 기준 국내 톱3 AI 의료 기업이 모두 일본 보험 급여 시장에 진출했다.
각 사의 일본 파트너를 보면 루닛은 후지필름, 뷰노는 소니 자회사 M3, 제이엘케이는 오므론헬스케어(오므론) 자회사인 닥터넷과 손잡았다. 후지필름은 기업 규모, 인지도에서 압도적이지만 M3는 플랫폼 기업으로 소비자 접점이 많은 것이 강점이다. 오므론은 전통적인 일본 의료기기 강자다.
◇ 일본 AI 보험 급여 지원 기준, 국내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
그렇다면 AI의료 기업들이 앞다퉈 일본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AI 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일본 정부가 보조해주는 보험 급여의 비중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주요 기업들이 보험 수가를 지원받는 급여 전략보다는 비급여 전략을 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영상 검사 및 인공지능 보험 수가(안)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영상 촬영 기준 비용의 불과 10%만을 지원해준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금액의 상한선 또한 정부가 정하는 구조다.
AI를 통한 영상 판독료는 △병리 검사 △특수영상진단(MRI, CT) △내시경, 초음파 △기타 등 4개 군으로 구성됐다. 가장 가격이 높은 병리검사(1군)는 2920원, MRIㆍCT 등 특수영상진단시 전문의 판독료(2군)인 1810원, 내시경-초음파는 1180원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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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제이엘케이는 비급여 쪽으로 방향을 정한 상황이다. 제이엘케이의 뇌졸중 유형 분류 솔루션 ‘JBS-01K’의 최종 비급여 수가는 1만8100원으로, 당초 복지부에서 통보한 수가(5만4300원)의 3분의 1수준이다. 선별급여 기준에 따른 MRIㆍCT 등 특수영상진단시 전문의 판독료(2군)인 1810원의 최소 수가인 10배로 정해진 것이다. 비급여인 만큼 해당 금액은 환자 100% 지불하며, 의료기관과 회사가 각각 50%씩 나눠 받게 된다.
반면 일본은 MRI, CT 모두 기술 점수로 환산해서 영상 촬영 당 최대 16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보험국은 최근 진료보수를 개정하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화상 진단 보조’에 대해 가산수가를 적용했다. 일반적인 MRI(자기공명영상촬영)나 CT(컴퓨터단층촬영) 시설 기준으로 진료수가 점수는 300점이지만, 검증된 AI 소프트웨어와 전담 인력을 갖춘 경우는 이 점수에서 40점을 더 주기로 했다. 진료수가는 보통 1점당 10엔을 곱한 수준으로 약 400엔(한화 약 3600원) 정도를 가산하기로 한 셈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고가의 AI 영상 촬영의 경우 최대 1400 달러(180만원), 건당 약 1000 달러(130만원)까지 보험 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실제 혈관 CT 영상을 AI로 분석해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계산하는 하트 플로우사의 ‘FFRCT’는 지난 2018년부터 1회 판독 시 약 1450달러(한화 약 183만 원)의 수가를 인정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측은 임시 고시 안이기 때문에 향후 확정된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적인 수가는 아니며 향후 확정 고시에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 日 AI의료 시장 성장성 글로벌 톱3...업체별 전략은
일본 AI의료 시장은 세계 5대 의료기기 수준으로 규모가 크고 성장성 또한 중국,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실제 마켓앤마켓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AI의료 시장의 2022년 기준 연평균 성장률은 47.3%로 중국(49%)과 멕시코(48.8%) 다음으로 높다. 한국의 경우 46% 정도다.
전체 추정치를 보면 일본 AI 의료기기 시장은 2021년 기준 전체 의료기기 시장 중 약 2조9000억 엔(26조 2307억원) 중에 약 20% 비중을 차지하던 진단용 기기 시장(5조2461억원) 일부를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시장의 10%만 잡아도 5000억원이 넘는 시장이다. 일본 야노연구소는 해당 시장 중 영상 기반 AI 진단 시장 규모만 3년 후 1500억원 정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때문에 국내 AI 의료 진단 기업들이 앞다퉈 일본 시장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먼저 루닛은 파트너로 후지필름을 선정하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의료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톱5 안에 드는 회사이며 일본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후지필름의 의료용 영상관리시스템 부분 글로벌 점유율은 17.5% 정도다. 향후 후지필름과 협업으로 일본 이외의 지역까지 확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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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별 평균 도입 가격으로 루닛 매출을 추정해 보면 루닛은 작년 회사가 목표한 매출 목표치인 180억원을 수출로만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중 일본 매출은 50%에 근접한다.
루닛 관계자는 “일본 AI 진단 도입 병원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특정 지점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뷰노는 일본 파트너사인 일본 최대 의료 정보 플랫폼 기업 M3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M3는 소니(SONY)가 지분 33.9%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최대 의료 정보 플랫폼 기업이다.
뷰노 측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일본 클라우드 PACS 점유율 1위 기업이자 현재 PSP와 합병된 노보리(NOBORI)와 협력해 의료AI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이어왔다. 일본 후생성에서 급여 적용을 받는 뷰노메드 Lung CT AI의 경우 시장 점유율 25%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 노보리를 통해 판매되고, 가산 수가를 받고 있다. 현재 100개가 넘는 병원과 논의 중이고, 5개 병원에서는 매출이 발생하는 과금형 모델로 전환됐다. 앞으로 과금형 모델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일본 매출액은 몇십억원 대로 뛸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제이엘케이의 경우 일본 오므론이 대주주로 있는 JMDC 산하 원격 영상진단 기업 ‘닥터넷’과 폐질환 인공지능(AI) 솔루션인 ‘메디허브 CXR’에 대한 일본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닥터넷은 일본 전역의 약 1200개 협력 병원 및 클리닉에 원격 영상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뇌졸중 솔루션도 추가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뇌졸중 진단에 대한 민감도와 특이도가 비슷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 L사 대비 10~20% 높게 나왔다고 제이엘케이 측은 전했다. 닥터넷은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일본의 PMDA의 제3자인증기관을 통해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요셉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령화, 의료 불균형, 의료 비용 등의 사회적 문제로 공공의료의 차원에서 일본 등 글로벌 AI 의료 기업과 국가적인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